[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상품과 분리된 새로운 자산 유형으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준 정합성을 고려한 입법과 사업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와 한국 디지털자산 입법 과제’ 세미나에서 김종승 xCrypton 대표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의 방향성 위에 세부적인 시행 기준을 제시했다”며 지난달 공개된 시행령 입법예고(NPRM)의 주요 쟁점을 소개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인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은 이자나 수익 제공 금지와 1대1 준비자산 유지, 재담보 원칙적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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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발행 주체는 예금보험 취급기관 자회사, 연방 저축조합 자회사, 비보험 연방기관, 비은행 기관, 주 적격 발행자, 외국 적격 발행자 등으로 구분된다”며 “특히 핀테크나 블록체인 전문기업 등 비은행 기관이 발행한 경우에도 OCC가 인가를 맡게 된다”고 했다.
◆“발행사 업무 제한·1대1 준비자산”…은행급 규제 체계 설계
김 대표는 NPRM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일반 금융기관처럼 여러 업무를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만 허용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규제 강도 역시 사실상 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자산 요건은 이 같은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OCC안은 기본적으로 1대1 준비자산 유지 원칙을 요구하면서, 준비자산이 미달될 경우 신규 발행을 즉시 중단해야 하고 이런 통제가 자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15영업일 연속 준비자산 미달 상태가 이어질 경우 청산, 상환 절차로 들어가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준비자산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토큰화 자산도 일부 허용했다. 김 대표는 “미국 국채를 포함한 요구불예금 등 기존에 알려진 준비자산 외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토큰화 버전의 자산도 준비자산으로 인정된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OCC 역시 아직 토큰화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모두 정한 것은 아니며, 아직 시장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자산 관리 방식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나왔다. 첫 번째 옵션이 원칙 중심 규제라면, 두 번째 옵션은 보다 의무적인 요건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두 번째 옵션이 채택될 경우 “즉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을 10% 이상 보유하고, 30% 이상은 단기 유동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만약 두 번째 옵션이 채택되면 준비자산 관리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특히 NPRM이 IT 보안 요건 측면에서 지니어스법안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다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보보호 프로그램 운영 방식, 책임자 지정, 취약점 테스트, 위협 변화에 따른 보안체계의 업데이트 등이 요구사항으로 담겼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기술적 요건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가 절차 역시 국내 기본법 방향성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신청 후 12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 여부를 통지해야 하며, 그 기간 내에 별도 회신이 없으면 자동 승인으로 간주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거부 사유도 제한적으로 정해져 있고, 거부 시 30일 이내 재요청, 20일 이내 재신청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본요건은 준비자산 규제와 별도로 운영된다는 점을 짚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과 별도로 발행 법인 자체에 대한 자본요건과 운영자금 요건이 동시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자기자본 요건은 보통주와 일부 기타 자본을 포함한 형태로 리스크와 규모에 비례해 설정되며, 초기 발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00만달러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며 “분기 말 기준 자본 또는 운영자금 요건이 미달되면 다음 달 즉시 신규 발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이라고 평가했다.
◆이자 금지 ‘반박추정’까지 확대…글로벌 기준 정합성 요구
가장 뜨거운 쟁점인 이자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지니어스법안 자체에도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NPRM에서는 이를 더 강하게 해석해 제3자를 통한 간접 이자 지급까지 위반으로 추정하는 ‘반박추정’ 구조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만약 지급이 발생하면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그는 “이 조항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나 제휴사, 계열사를 통한 이자 제공 모델이 모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최종안에서는 일부 축소되거나 소명 요건이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발행자 등록 체계는 국내 사업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대목으로 제시됐다. 김 대표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우선 재무부가 한국 규제체계를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체계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후 사업자는 OCC에 등록해야 하며, 미국 내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물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미국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구조상 기업이 단독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간 협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내 준비자산 예치 비율이나 어떤 기관까지 미국 금융기관으로 볼 것인지, 미국 내 영업에 대해 동일한 자본요건을 그대로 적용할지 등은 아직 질의 단계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미국이 이런 법체계를 설계하는 배경에는 자국 규제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이 규제 동등성을 직접 심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각국이 법을 만들 때 미국 기준을 의식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은행에 준하는 규제 체계 아래 들어가고, 이자 금지 조항으로 인해 기존 크립토 생태계의 이자 지급 기반 비즈니스 모델들도 강제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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