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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민 골탕 먹이는 땜질식 대출 정책

김국배 기자I 2025.03.24 16:44:41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대출 다시 막히는 건가요.”

요 며칠 새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비슷한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집값 급등을 불러온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번복되면서 은행 대출 규제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연초 가계대출 총량 재설정에 따라 대출 빗장을 차츰 풀고 당국 압박에 금리를 내리던 은행은 한 달 만에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오락가락 그 자체다.

이런 혼선은 서울시와 중앙부처 간 엇박자 정책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단 지적에 은행권에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주문해왔지만 토허제 해제로 집값이 급등하자 사실상 기조를 급선회했다. 토허제 해제 전 서울시와 금융당국 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서울시의 섣부른 규제 해제와 그에 따른 부동산 정책 조율 실패가 가져온 총체적 난국이다.

금융당국은 이젠 ‘운용의 묘’를 강조하며 선제적 대응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토허제 해제와 관련한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일선 영업 현장을 아랑곳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전형적인 행정이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은행은 당국 눈치를 보며 땜질식으로 규제를 조정한다. 재개했던 전세 대출을 한 달 만에 중단하는가 하면, 유 주택자 대출을 풀어줬던 은행도 다시 대출을 막고 있다. 대출 실수요자로선 자금계획이 꼬이면서 일일이 발품을 팔아 알아봐야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정책 혼선만 없었다면 은행도, 소비자도 모두 겪지 않을 일이다.

과도한 빚이 가계와 금융 시스템에 위험 요인임은 분명하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규제는 시장에 치명적이다. 땜질 정책, 일관성 없는 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접근성과 선택권을 저해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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