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 CDO R&D 센터를 개소하고 향후 확장을 통해 CDO 부분에서 2025년까지 글로벌 챔피언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로직스가 해외 진출에 나선 건 2011년 인천 송도에서 위탁생산(CMO)사업을 시작한 지 9년만이다.
CDO 사업은 항체의약품 생산의 자궁 역할을 하는 세포주(대량 증식해 원하는 항체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와 생산공정 개발 등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CMO사업으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부터 CDO사업을 시작했다. CDO계약을 맺으면 해당 회사의 CMO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CMO물량의 50%를 CDO사업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첫 해외 진출지로 정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최대 규모의 연구단지가 있어 세계적 바이오 기업을 배출한 곳이다. 현재 암젠, 길리어드 등 2500여개 생명과학 회사가 모여있다. 김 대표는 “샌프란시스코는 바이오산업의 메카이자 본사(인천 송도)와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시차를 감안했을 때도 유리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에 인천 송도 본사의 최신 CDO 서비스 플랫폼을 그대로 구축했다. 회사측은 현지 CDO R&D센터에서 초기 임상물질을 개발하면 인천 송도 본사에서 상업물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일부 해외 고객사가 제기해 온 시차 및 낮은 지리적 접근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2018년에 CDO사업에 착수해 품질과 속도, 비용 경쟁력면에서 고객사의 인정을 받고 있다”며 “CDO사업도 고속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여 만에 60여건의 CDO 수주 계약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위탁개발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과제는 중국 제약회사 심시어에 9000억원 규모로 이전된 바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 속도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된다. 세포주 개발부터 원료 의약품 생산까지 6개월, 완제 생산까지는 7개월로 소요 기간을 단축했다. 글로벌 주요 기업보다 2배 빠른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세포주 개발에서 세포 발현량을 업계 대비 2배 가량 높이고 세포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개선한 자체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도 내놨다.
김태한 대표는 이날 CMO, CDO에 이어 위탁연구(CRO) 사업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항체 제작(discovery) 서비스를 포함하는 CRO 사업에도 2021년 본격 착수해 2030년 글로벌 최고 CRO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바이오신약을 위한 연구(CRO)-개발(CDO)-생산(CMO)의 원스톱 서비스를 ‘더 빠르게 더 좋게’ 제공하는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초 사업인 CMO사업에서 36만4000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춰 규모면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상태다. 2023년 25만 6000리터의 제 4공장까지 건설하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물량의 30%를 담당한다. 특히 제4공장은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한 공장 안에서 모두 가능한 최신 시설이다.
김태한 대표는 이날 백신 생산 등 신사업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동물세포 기반의 항체 중심 치료제 개발과 생산에 집중했지만 최근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백신 개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신사업 진출을 검토해왔다”며 “고객 수요가 있다면 착수 여력이 있지만 현재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생산 설비는 구비돼 있지 않고 구체적으로 사업 계획을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