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SG 투자 컨퍼런스, 배려의 정신에서 AI·블록체인까지 ESG의 미래를 논하다

이윤정 기자I 2025.09.10 13:32:07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For Better Tomorrow(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라는 슬로건 아래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모나코 스페이스(Monaco Space)에서 열린 ‘2025 서울 ESG 투자 컨퍼런스(Seoul ESG Investment Conference, 이하 SEIC)’가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전문 국제회의 기획사 탑플래너스가 주최·주관하고, 주한영국상공회의소(BCCK), 카이스트 ESG 리더스 클럽(KAIST ESG Leaders Club)과 공동으로 기획·운영했으며, 서울관광재단이 후원했다.

키노트 스피치를 하는 UNGC 유연철 사무총장
지난 28일 컨퍼런스의 문을 연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사무총장은 오프닝 리마크에서 “ESG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책임지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UNGC는 2000년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이 제안해 출범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발적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로, 현재 63개 국가협회를 기반으로 2만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UNGC가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4대 분야에서 10대 원칙을 제시하며 기업이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도록 촉구하고 있으으며, 기업 내부의 ESG와 기업 외부의 글로벌 목표인 SDGs를 이어 지속가능발전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유 사무총장은 UNGC의 출발점인 ‘Who Cares Wins’, 즉 배려의 정신임을 강조하며 “최근 ESG가 위기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ESG의 장기적 가치가 빛을 발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기업 경영의 핵심 축”이라며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직면한 시급한 과제로 투명한 ESG 정보 공시와 데이터 관리를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되는 흐름 속에서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와 시장 내 입지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와 데이터 기술을 통한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AI를 활용한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은 공시 의무 이행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새로운 기회 발굴에도 필수적”이라며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서 ESG를 바라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AI를 주제로 토론 세션을 하는 연사와 패널. 왼쪽부터 니콜라 위어, 딜로이트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 리더, 케이티 하이슨, Business Fights Poverty 이사, 유준오 스타그라운드 대표
첫 번째 세션인 ‘AI for a Sustainable Future’에 참여한 케이트 헤이슨(Katie Hyson, Director of Thought Leadership & COO)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s)조차 스스로의 한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의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설계, 신중한 데이터 수집, 책임 있는 배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세 개의 고리(Three Rings)’ 모델을 소개하며 AI가 공급망 전반에서 포용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포용적 공급망 관리에서 생성형 AI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기업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포용성 테스트(Inclusivity Test)라는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AI 시스템의 공정성과 접근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답했다. ‘△누가 포함되고 배제되는가? △어떤 정보가 사용되는가? △숨은 편향과 공백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 정보가 적용되는가?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보호·공유되는가?’의 다섯 가지 포용성 질문을 제시한 그녀는 “이 질문을 거치지 않으면 배제와 위험이 AI 시스템에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트 헤이슨 COO는 “AI는 이미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지만, 접근성 중심 설계가 없다면 기존 격차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포용성 테스트 적용으로 AI 도구가 공급망 내 모든 규모의 공급업체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for a Sustainable Future’ 세션의 또 다른 발표자인 스타그라운드 유준오 대표는 AI·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ESG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소개했다. 블록체인·AI 스타트업 리브리드 설립자이기도 한 유준오 대표는 최근 블록 자발적 탄소 감축 솔루션 전문 기업 빌로우제로와 스타그라운드를 공동 설립하고 자발적 탄소감축시장(VCM)에서의 디지털 기반 감축 모니터링 시스템 상용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는 “2022년에 미국에서 설립한 리브리드는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였다”며 “여기에 사용된 AI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관리하는 플랫폼인 스타그라운드를 공동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감축 목표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실제 달성 여부를 검증하지 않으면 그린워싱을 피하기 어렵다”며 MRV(모니터링·보고·검증)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상현실 개발자이기도 한 유 대표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탄소 배출이 일어나는 현장을 3D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며 “스타그라운드는 탄소 배출을 디지털 트윈으로 시각화하고, 블록체인으로 데이터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며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특히 “보여주고 싶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암호화하는 기술이 스타그라운드의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 대표는 리브리드의 시작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것이었음을 상기하며 “환경과 사람 역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탄소 배출권과 관련된 일을 할 때도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환경과 사람을 밀접하게 연결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유 대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ESG 사업의 실행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 감사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리브리드와 스타그라운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SEIC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번 2025 서울 ESG 투자 컨퍼런스(SEIC)는 SBIC(Seoul Based International Conference, 서울에 기반을 둔 국제회의) 사업에 선정되어 매년 개최하고 있다. 본 행사는 ESG가 평가의 수단을 넘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과 책임 있는 경영의 전략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내외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ESG의 실천적 가치를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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