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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대급' 부양책에…유럽 금융시장 '출렁'(종합)

방성훈 기자I 2025.03.06 14:02:58

脫침체 기대감에 유럽증시 상승…방산주·건설주 ‘들썩’
‘돈풀기’ 예고에 장기금리 껑충…국채발행 기대 'UP'
'역사적 결정' 평가속 "부채 급증 우려" vs "여유 충분"
유로화 강세, 인플레 우려도 상존“ECB에도 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독일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유럽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증시가 상승하고, 독일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유로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결정이 유럽연합(EU) ‘재무장 계획’과 맞물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확산한 영향이다.

(사진=AFP)


◇침체 탈출 기대감에 유럽증시 상승…방산주·건설주 ‘들썩’

5일(현지시간)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DAX40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대비 3.38% 상승해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와 스톡스유럽600도 각각 1.89%, 0.91% 상승했으며, 프랑스 CAC40지수도 1.56% 오른채 거래를 마쳤다.

독일의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전날 밤 사회민주당(SPD)과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편성하고, 헌법에 규정된 국방비 차입 한도를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더라도 재정준칙에서 예외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무제한 차입이 가능해진 것으로 사실상 ‘돈풀기’를 약속한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역사적인 패러다임 전환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대담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독일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독일 경제는 2023년(-0.3%)과 2024년(-0.2%) 2년 연속 역성장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올해 성장률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독일 거시경제·경기연구소(IMK)는 새로운 부양책에 따라 “올해 하반기 성장이 상당히 가속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독일의 GDP가 올해 0.2%, 내년 0.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기대는 고스란히 증시에 반영됐다. 독일 건설주와 방위산업주가 급등해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건설 부문에선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17.5%), 빌핑거(18.0%), 호흐티프(15.5%) 주가가 급등했다. 부양책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업체 라인메탈(7.2%), 화학기업 바스프(10.7%), 에너지·인프라 업체 지멘스 에너지(8.1%)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방산주인 라인메탈, 헨솔트, 렌크는 이번주에만 16~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티센크루프 주가도 이날 13.4% 급등했다. 프랑스 방산업체인 탈레스의 주가도 7.6% 상승했다.

◇‘돈풀기’ 예고에 장기금리 껑충…부채 증가 우려도

EU가 전날 공개한 재무장 계획도 방산업계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및 업체들의 자본지출 확대 기대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25% 관세가 완화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자동차주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31%포인트 급등해 2.79%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 상승폭은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폭을 각각 기록한 것이다.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를 끌어올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 (사진=AFP)


일각에선 차입비용 증가로 부채비율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64%를 기록했다.

코메르츠은행의 요르그 크라에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비율이 10년 안에 90%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특별기금만으로도 향후 몇 년 안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약 10%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확대하면 연간 2.5%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프리드리히 하이네만 이코노미스트도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34년 100%를 넘어설 것이라며 “독일이 유럽연합(EU) 내 고부채 국가 대열에 빠르게 합류할 것이란 의미”라고 짚었다.

그러나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산업국과 비교하면 독일의 부채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코프의 에이코 시버트 분석가는 2029년까지 독일의 부채가 GDP 대비 약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 80%보다 여전히 낮다. 당시에도 독일은 국가 신용등급 AAA를 유지했다.

◇유로화 강세, 인플레 우려도 상존…“ECB에도 영향”

독일의 경기부양책이 유럽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로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로화는 전일보다 1.5% 넘게 올라 1.078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하락폭을 대부분 회복한 것이다.

독일의 경기부양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천억유로 규모의 돈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올해 연말까지 ECB의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90bp(1bp=0.01%포인트)에서 75bp로 낮췄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의 외환 분석가인 리 하드먼은 “독일의 부양책이 성장을 뒷받침한다면 ECB가 공격적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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