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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조가 여럿 있는 경우 복수노조와 사용자 간 교섭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제도다. 효율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노조가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다른 노조에 교섭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노조들은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개정 노조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중요한 것은 현행 단일화 절차 규정(제29조의2) 아래에선 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교섭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교섭이 이뤄지려면 원청 사용자가 먼저 인정돼야 하는데, 사용자성 판정은 노동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노조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나 ‘교섭사실 공고 미이행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야 노동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9일 노동법학회가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하청 노조가 개별적으로 원청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문제는 교섭 방법인데, 현재로선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해도 교섭창구 단일화와 부당노동행위 두 가지 절차를 동시에 거쳐야 한다. 두 과정을 통합적으로 거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가 구성한 전문가 회의체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선 “사용자 개념이나 노동쟁의 정의 확대는 지침이나 매뉴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창구 단일화 문제는 최소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 제도 정비가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실질적 지배를 받는 하청노조의 개별 교섭을 최대한 보장해 줄 것을, 경영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한 교섭 일원화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간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주체는 노조이기 때문에 대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석해 왔는데, 하청 노조에 교섭권이 주어진다면 원청 노조와도 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지, 하청 노조 간에도 사업장이나 직무가 현저히 다른 경우에도 창구를 통일해야 하는지 등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지만 반대 의견이 4명이었다. 현행 제도에서 소수 노조는 교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대화를 촉진하고자 법을 개정했지만 창구를 과도하게 단일화하면 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한다면 어떤 절차로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를 비롯해, 어떤 교섭 의제가 어떠한 요소에 의해 원청 사용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할 것인지 등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에 나설지 지침을 마련할지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전문가들 의견, 현장 노사 의견 등을 종합해 법 시행 전까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