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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 사건을 폭로하며 퇴역 경주마 처우 문제 제기에 앞장서 온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퇴역한 경주마 5761마리 가운데 2588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지난 4년간 경주마 44.9%가 죽어서 퇴역했음을 뜻한다. 연평균 647마리가 ‘용도 미정’의 사유로 폐사됐다. 모종의 이유로 죽었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셈이다.
당국은 관리 책임을 등한시했다. 2019년 한국마사회에 보고된 ‘말 이력제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서 경주마는 한국마사회법 제7조에 따라 의무 등록된다. 그러나 개량에 쓰이는 말, 생산·유통·조련에 쓰이는 말 등은 개인이 한국마사회에 임의로 등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말의 소유주와 소재지 등이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심지어 일부 마주는 폐사 절차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폐사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 통계 관리뿐 아니라 통계 자체의 신뢰도 떨어지는 것이다.
동물단체 등에선 한국마사회가 퇴역 경주마의 폐사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행 제도를 보완해 전체 말의 이력 등록을 의무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네덜란드 승마 스포츠 연맹(KNHS)은 자국에서 기르는 모든 말의 이력, 마방(馬房·마구간), 보관 위치 등을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마주 등이 경주마 퇴역을 신고하면서 이후 용도를 결정하지 못해 ‘용도 미정’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도 미정으로 퇴역한 말의 높은 폐사율에 관해선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당국의 땜질식 대책, 생색내기 수준
퇴역 경주마에 대한 잇따른 학대와 열악한 처우로 공분이 일자 농식품부는 작년 6월부터 경주마의 퇴역을 신고할 때 인수자와 소유자의 등록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유선 확인과 현장 방문을 통해 용도 미정으로 퇴역한 경주마의 이력 정보를 전수 조사하고 말 복지에 관한 연구 용역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경주마의 퇴역 사유도 세분화했다고 전했다. 기존 경주마의 퇴역 사유는 △관상용 △교육용 △번식용 △승용 △용도 미정이 있었으나 재활 등을 통해 경주에 복귀하는 ‘장기 휴양’과 소재지·소유자가 파악되지 않는 ‘불명’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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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퇴역하는 경주마, 경마산업 구조 개혁해야
2022년 한국 마사회는 100주년을 맞이했다. 마사회는 연간 약1조 5000억원의 제세금 납부로 국가 재정에 기여했고, 1만여 명을 직·간접 고용했다. 마사회는 경주마 생산 농가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해 왔으며 연간 1000억원의 축산발전기금을 출연해 경마산업의 성장 재원을 조성해 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난 100년간 마사회 등은 경마산업 근간인 경주마와 퇴역 경주마 복지에는 눈감아 왔다.
영국은 영국경마협회(BHA)를 통해 모든 경주마가 살아 있는 동안 식별되도록 여권과 마이크로칩을 부여하고 퇴역 경주마의 복지·치료 및 승용마로의 재활을 지원한다. 영국은 경주마 과잉 생산을 말 복지 저해 요소로 보고 태어나는 말과 퇴역마의 두수를 일치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경주마가 평균 입사 후 2년 만에 퇴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짧은 현역 주기가 과잉 생산을 부추겨 퇴역 경주마 증가와 폐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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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이들의 생계와 이해관계가 걸린 경마산업의 착취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말의 과잉 생산을 통제하고 △우승 상금 지급 시 연령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퇴역 경주마의 승용마 전환 및 보호 시설 설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상에서 경주마와 퇴역 경주마의 복지를 강구하기 위해선 경마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정부, 수익을 창출하는 마사회와 마주, 말 산업 관계자, 이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 온 동물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