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019년형 S90을 국내 출시하며 전량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가격도 이전에 비해 600만원 정도 인하됐다. 그러나 네티즌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의 기술력을 믿을 수 없다”, “안전의 볼보가 중국에서 생산한다니”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온라인상에서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중국 생산 물량이 처음 국내 판매된 지난 8월 S90은 156대가 팔렸다. S90은 국내에서 작년 한 해 1377대가 팔려 월 평균 11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지난달 S90의 판매량은 오히려 30%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9년형 S90은 기존 디젤 2종, 가솔린 1종으로 판매됐던 엔진 라인업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면서 가솔린 1종, 디젤 1종으로 축소했다. D5 AWD, T5의 가격은 각각 6830만원, 6530만원으로 이전보다 600만원 저렴다. 또한 반자율시스템과 긴급 제동 시스템, 자동주차 시스템, 핸드프리 테일게이트,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을 기본으로 장착해 상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 볼보 본사는 2016년 말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은 SUV, 중국 다칭 공장은 세단을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S90은 전량 중국에서 제조된다. 이미 2017년부터 볼보는 중국산 S90을 유럽에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뿐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전세계 62개국으로 중국산 S90이 수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S90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의 S90 판매량이 전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중국시장에서 S90을 판매한 볼보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만5727대를 판매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 판매 데이터를 보면 2만558대가 판매돼 S90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볼보에 대한 품질 문제는 뜨겁다. 이런 여론 진화를 위해 볼보 디자인 담당 수석 부사장 로빈 페이지(Robin Paige)는 “중국산 차량의 품질은 유럽 생산 차량보다 우수하다”며 “자동화로 인해 인력에 의한 세밀한 조정이 어려운 유럽과 달리 중국은 숙련된 인력들이 꼼꼼히 검수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조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볼보의 CEO 하칸 사무엘슨(Hakan Samuelsson)은 “중국이 글로벌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 이다”며 중국산 볼보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경우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것임을 발표했다. 다임러와 베이징자동차는 2006년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E클래스 생산을 시작으로 2008년 C클래스, 2010년 E클래스 L, 2011년 GLK, 2015년 GLA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의 EQ C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독일, 헝가리 등에서 생산된 차량들이다. 지금 당장 중국산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들어 올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러나 중국 공장의 생산 물량이 많아지고 중국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4,5년 후에는 국내로 수입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한편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이사는 “볼보만의 엄격한 글로벌 품질 및 제조 기준을 전 세계 생산공장에 동일하게 적용해 생산 국가와 상관없이 볼보자동차는 동일한 품질과 성능을 지닌다”고 중국산 볼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산 볼보가 이제 막 국내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일단 판매량은 합격점이다. 품질에 대한 갑론을박은 아직도 뜨겁다. 중국산 볼보를 출고한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만족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확대함에 따라 앞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만약 중국산 볼보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