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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29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수사를 권고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을 여환섭(51·사법연수원 24기)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단에 맡기면서 “(2013, 2014년) 검찰이 1·2차에 걸쳐 수사를 했으나 의혹을 다 불식시키지 못한 이력이 있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재수사를 권고했다. 지난 2013년 경찰 최초 수사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권고한 바 있다. 여 단장도 수사단이 차려진 서울동부지검 첫 출근길 취재진에게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민께 소상히 밝혀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수사외압·부실수사 의혹 미궁…남은 건 뇌물 수수뿐
여 단장을 포함해 검사만 13명에 이를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수사단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수사한 지 두달 여. 지난 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전 차관은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여 단장은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법리적으로 가능한 만큼에선 최선을 다했다”며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적 검토를 거쳐 결론 내린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차관의 공소사실에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별장 성접대 동영상과 관련, 성폭력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를 직접 폭행·협박하지 않았고 윤씨 강요로 A씨가 자신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김 전 차관이 알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수사단은 문제의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은 맞지만 해당 여성은 A씨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 권고 대상인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수사 방해 의혹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의혹을 입증할 단서나 정황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당시 수사팀을 대상으로 한 인사 역시 부당한 좌천성 인사가 아닌 경찰청장 교체에 따른 통상적 인사라고 판단했다. 과거 검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수사단은 관련 전·현직 검사 8명을 조사하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까지 압수수색 했지만 수사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씨가 다른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셀프 수사 한계 보였다` 혹평…경찰 수사팀도 반발
수사 결과 발표 이튿날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는 “수사단이 철저히 수사했는지, 의지가 있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셀프 수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해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별장 성범죄를 규명하거나 검찰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면죄부 수사`와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된다고 했던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서는 참혹함에 할 말을 잃습니다”고 썼다.
당시 경찰 수사팀의 반발도 거세다. 과거 수사 실무 책임자였던 강일구 총경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 관련 정보를 임명(3월15일) 김학배 전 수사국장에게 수 차례 보고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에 알렸을 뿐 아니라 같은 달 13일에는 직접 청와대에 들러 동영상 관련 내사 내용을 보고했다는 게 강 총경 주장이다.
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 역시 임명 전후로 청와대 외압 의혹 정황을 수사단에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지난 4월 14일 수사단에 출석한 이 전 기획관은 관련 내용이 담긴 업무일지도 제출했다.
수사단은 그러나 ‘실무진에게 관련 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김 전 수사국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지었다. 당시 경찰 수사팀은 조만간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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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소멸시효…국민 의혹 해소는커녕 의구심만 더해
문 총장은 수사단 발표를 두고 “확보한 증거와 허용된 법리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더 이상 의혹을 남기면 안 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평에도 불구하고 왜 과거 두 차례나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는지, 경찰 수사 당시 개입한 `보이지 않는 손`은 없었는지, 김 전 차관 관련 정보를 보고 받고도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 숱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사단은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고 대통령 인사권까지 범죄 혐의로 둘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혹은 증거 부족이나 공소 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기관이지 진상조사단이 아니라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동영상 속 주인공이 김 전 차관이 맞다는 점을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했고,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해 재판에 넘겼다는 점 정도다. 여 단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거에는 왜 그렇게 못했냐 말하기는 쉽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모든 사건은 부실하다.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회한이 남는 것이다”고 했다. 과거 검경 수사가 부실한 게 아니라 새로운 증거와 함께 사건 관련 참고인들 일부의 진술이 달라지면서 혐의를 밝힐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및 은폐 의혹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선을 다했다 자신하는 문 총장과 수사단에게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명대사였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란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