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약 개발 ‘세계 2위’ 도약…"美위협, EU는 한참 추월"

방성훈 기자I 2025.07.14 15:07:39

지난해 혁신 신약 1250개 개발중…美 1440개 근접
10년만에 복제약 천국→글로벌 신약 개발 중심지 부상
"서방과 달리 대규모 임상 저비용·고속으로 진행 가능"
까다로운 심사도 통과…글로벌 제약사들 수조원 베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바이오테크 산업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이미 유럽연합(EU)을 제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제약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불과 10년 전 ‘복제약 천국’이었던 중국이 글로벌 신약 개발 중심지로 급부상하며, 제약 산업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개발에 착수한 항암·체중감량 등 혁신 신약은 총 1250개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1440개)에 근접하고 EU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2015년 중국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160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가까운 성장세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2015년 이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약가·허가제도 개혁, 데이터 품질·투명성 강화, ‘중국제조 2025’ 등 국가적인 바이오 육성정책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생태계가 조성되며 해외 유학파 과학자와 창업가들이 대거 귀국해 혁신을 이끌었고, 대형 제약사들도 복제약에서 혁신 신약 연구개발(R&D)로 방향을 전환했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최대 강점은 임상시험 환자 모집, 실험 진행, 데이터 확보 등에서 미국·EU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규모 환자 풀과 중앙집중식 병원 네트워크 덕분에 임상 1상~2상 환자 모집 속도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저비용·고속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다수의 신약 후보 물질을 동시에 실험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개시한 국가로, 글로벌 신약 개발의 ‘임상 허브’로 부상했다.

혁신 신약의 ‘질’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세계 최고 권위의 규제기관은 최근 중국 신약에 신속심사, 혁신치료제(브레이크스루) 등 우선심사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EMA의 신속심사 대상에 오른 중국산 신약은 EU를 훌쩍 능가한다. 중국 레전드 바이오텍이 개발한 혈액암 세포치료제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이 상용화했는데, 미국산 경쟁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산 신약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조원대 투자를 이끌어냈다. 2022년 서밋 테라퓨틱스는 중국 아케소의 혁신 항암제 미국·유럽 판권을 5억달러에 사들였고, 올해 화이자는 3SBio의 항암제에 12억달러 선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도 중국 바이오기업과 공동 개발·라이선스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등 이른바 ‘차이나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신약 공급망의 필수 축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중국 내 임상 데이터만으로는 미국 FDA 등 해외 승인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비(非)중국인 대상 글로벌 임상, 규제 기준 충족 등 추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아직까지 미국·EU에서 대규모로 사용되는 중국 신약은 드물지만,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AFP)


중국 바이오 혁신의 주역은 해외 유학파 창업 스타트업과 기존 대형 제약사가 신약 R&D로 전환한 케이스가 혼재한다. 장쑤 헝루이제약은 2020~2024년 신약 파이프라인 추가 건수 세계 1위에 올랐고, 2020~2024년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가장 많이 개발한 50개사 중 20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이처럼 중국 바이오테크의 급부상은 미국과의 기술·경제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했다. 미국 의회와 제약업계는 “바이오 분야마저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구장비 수출통제·투자 장벽 등 각종 견제책을 논의 중이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혁신이 국경을 넘는다”며 미국·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바이오테크 산업은 양적·질적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의료 혁신의 중심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제약·바이오 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차이나 파이프라인의 세계적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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