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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지난해 말 2026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1조 5192억원으로 정하는 제12차 SMA를 타결한 바 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현행 국방비 증가율이 아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률이 최대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우리 정부는 분담금 협정이 이미 발효됐다는 점을 내세워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이나 관세와 관련 없는 사안도 (상호 관세 협상 과정에) 그들이 거론하도록 하고 있다. ‘원스톱 쇼핑(Onestop-shopping)’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썼다. ‘원스톱 쇼핑’은 여러 사안을 관세 협상에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뜻하는 것이다. 15일부터 발효되는 ‘민감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해야 하는 데다 25%에 달하는 관세 타격까지 맞은 한국으로서는 대응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스톱이라고 한 건 패키지로 빨리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고 굉장히 열려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관세와 방위비 ‘패키지 협상’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을 시작한 이상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역시 “방위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우리의 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도 대응하며 제3의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방위비 인상 압력을 이어가는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우리 국방력을 의존하기 힘든 만큼, 핵 잠재력 확보를 요구해 협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국은 국내에서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지만 매년 700t 가까이 쏟아지는 사용후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권한이 없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글로벌지역연구실장은 “현재 한국은 통상이나 관세, 민감국가 등 각 현안 모두 대응하기 급급하다”면서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비롯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염두에 두고 포괄적인 협상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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