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9가구 공실에 109명 입주자모집?
31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가 이번 40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모집에서 빠른 공급을 위해 ‘예비입주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무주택자 희망고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들어갈 공가(빈집)보다는 예비 입주자가 10배가량 많아서다. 예비입주자는 공가입주자가 입주를 포기하거나 중도 계약파기나 계약 만료시 우선 배정되는데 시프트는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서 입주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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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입주자가 나간 이후 새 입주자를 모집해 다음 입주자 선정까지 수개월 간 공실이 발생했지만 이번 제도개선으로 입주자가 나가면 바로 차순위 입주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시프트 7만가구 공급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상생주택을 활용해 내년부터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지만 토지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생주택은 민간 소유 토지를 시가 최장 20년간 임대해 SH가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장기간 토지를 내 줄 소유주와의 협의가 관건이다.
◇강남 시프트 10억…현금부자만 지원가능
시프트는 또 강남권에 고가임대료 단지가 속출하면서 현금부자만 지원 가능한 제도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지난 2007년 시프트 도입 후 처음으로 10억이 넘는 전셋집이 나왔다. 이번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가장 비싼 집은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 아파트로 시프트 임대료가 10억10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59㎡)는 8억3785만원, 강남구 개나라에스케이뷰(전용 84㎡)는 8억6125만원이다.
강남권 일부 시프트 임대료가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6억244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청약기준이 높아 현금부자만 시프트 입성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억3785만원)의 청약자격을 보면 도시근로자의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 불과하다. 3인가구(태아 포함) 기준으로 월 소득 624만520원 이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소득기준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집 없어서 절절매는 서민들이 천지인데 서초구 시프트는 공실률이 많은 게 말이 되느냐”며 “입주자격을 완화해 달라”고 했다. 시는 “현재도 입주자격을 면적별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120%, 150%이하로 완화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프트는 서민 주거안정이나 전세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며 “공급면적을 전용 60㎡ 이하로 줄여 공급가를 낮추거나 소득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프트 공급 늘수록 SH부채 수천억 쌓여
시프트는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07년 시프트 첫 도입부터 현재까지 약 3만3000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하면서 임대사업부문 연평균 2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다. 매달 현금이 나오는 월세 기반의 임대사업과는 달리 전세 보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시프트 임대료는 SH의 부채로 구분돼 공급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SH의 최근 5년간 부채를 보면 2016년 16조1954억원에서 2017년과 18년 각각 14조8868억원, 14조8883억원으로 줄었다가 2019년 16조2481억원, 2020년 17조5299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시프트가 처음 도입될 때는 ‘소셜믹스’로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 변화와 중산층 주거안정 등 취지는 좋았지만 운영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전세안정을 위한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기도 어렵고 공급이 늘수록 SH가 적자를 보는 구조여서 계속 끌고가기 보다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