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로 본 SNS의 양면…가짜뉴스 Vs 실시간 정보

정윤지 기자I 2024.12.11 15:47:08

尹 계엄 직후 드러난 SNS의 두 얼굴
허위정보 퍼트려 혼란…‘군 국회 통제’ 중계도
전문가 “SNS, 민주주의 친화적…정보 취득은 주의”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계엄 사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두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현장의 모습이 SNS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며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허위정보가 퍼지면서 혼란을 야기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SNS의 특성이 민주주의에 친화적이라면서도 허위 정보를 거르기 어려워 정보 취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오후 11시 이후 통행 시 불시검문, 체포’한다는 문구와 담화 화면이 합성돼 SNS에 퍼져있다. (사진=‘X’ 갈무리)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와 X(전 트위터)·스레드 등 SNS에는 계엄 선포 및 해제가 이뤄진 날부터 지금까지도 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종로3가 인근에서 만난 70대 조모씨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었다. 조씨는 “주변에서 보라고 알려줬다”면서 “(대통령이) 이유가 있으니 계엄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휴대폰에서는 ‘총선은 부정선거였고 대통령은 증거를 잡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앞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직후에도 허위 정보는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11시 이후 통행 시 불시검문과 체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나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장갑차가 서울 사당동에 나타났다는 사진도 공유됐지만 이 역시 해당 시기에 찍힌 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여러 정보가 섞이니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송지혜(36)씨는 “지인들이 각자 여러 대화방에서 나오는 소식을 무작정 전달했다”며 “누구는 진짜라고 하고 누구는 가짜라고 하니 계엄령 자체가 거짓인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모(25)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친구에게 받은 사진을 공유했는데 지인들과 대화하다 가짜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며 “직접 팩트체크(Factcheck)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 했다.

지난 3일 심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서 군인과 대치 중인 시민이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반면 SNS 덕분에 계엄 소식과 이후 시위 상황까지 더 빠르게 파악했다는 이들도 있다. 계엄 선포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회식을 하던 김수빈(24)씨는 SNS로 국회 상황을 접하고 곧장 국회 정문으로 달려갔다. 김씨는 “국회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SNS에 군인과 헬기가 도착한 모습을 올려 바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함께 시위에 참여할 ‘시위 메이트’를 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서모(25)씨는 “학교 SNS에서 함께 시위갈 친구를 구했다”며 “다들 아이돌 응원봉을 든다는 글이 많아 나도 묵혀둔 BTS 응원봉을 챙겼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겪어본 세대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SNS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반응이다. 직전 마지막 비상계엄을 겪었던 강원도민 김모(75)씨는 “그때는 TV가 전부였기 때문에 뉴스에서 하는 말이 모두 정답이었다”며 “지금은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계엄을 겪은 정모(56)씨는 “그땐 학교에서 계엄 소식을 들었는데 이젠 온갖 곳에서 정보가 쏟아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가진 특성이 계엄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SNS가 역할 했던 것처럼 그 속성이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건 분명하다”며 “다만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는 어떤 것이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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