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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한 장면은 남성무용수들의 ‘정대업지무’, 그리고 여성무용수들이 추는 ‘춘앵무’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궁중무용인 춘앵무는 원래 혼자서 추는 춤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선 24명의 여성 무용수의 군무로 만날 수 있다. 정혜진 단장은 “전통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무’(佾舞)의 사전적 의미는 줄을 지어 추는 춤이다. 서울시무용단이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잡은 방향도 이 지점이다. 정혜진 단장은 “우리 시대에 왜 ‘일무’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으로 질서와 본분을 지키며 하늘에 정성을 비는 마음을 생각했다”며 “무용수들이 줄을 서서 똑같은 움직임으로 춤을 추는데, 이는 획일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희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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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과 ‘일무’의 차이점 또한 ‘전통의 진화’에 있다. 정구호 연출은 “‘향연’이 여러 가지 전통의 색깔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면 ‘일무’는 전통의 색깔에서 벗어나 색조적으로 보다 다양하게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의 진화’에 대해 앞으로 다섯 단계 정도 더 생각하는 것이 있다”며 “최종 단계에선 전통으로 규정할 수 없는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초연과 달리 기존 3막에서 4막 구성으로 변화를 줬다. 1막과 2막에선 전통춤을 그대로 보여주고, 4막에선 이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작한 춤을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적 창작을 연결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죽무’를 3막에 새로 추가한다.
창작진이 꼽은 이번 ‘일무’의 하이라이트 또한 3막 ‘죽무’다. 대나무처럼 올곧은 선비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정구호 연출은 “무대 위에 대나무를 상징하는 7m 길이의 파이프가 30~40개 놓여 있는 가운데 무용수들이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춤을 춘다”며 “굉장히 난이도 있는 장면으로 본 무대에서 꼭 봐주길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혜진 단장 외에 안무가 김성훈, 김재덕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김재덕은 음악감독도 함께 맡았다. ‘일무’는 오는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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