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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장비는 최첨단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1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다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약 40대뿐이어서 여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ASML의 EUV 장비 출하량은 51대 수준으로, 이 중 삼성이 18대, TSMC가 22대를 각각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운드리 시장 후발주자인 삼성이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중국에 1위 자리를 차지하려면 EUV 장비 확보야말로 최대 관건 중 관건이다. 이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마르크 뤼터 총리와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만나 공급 협조를 당부한 이유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행동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가 ASML 장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 크다.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과 ASML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고 했다.
그간 이 부회장은 ASML 쪽에 지대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시로 만나 △기술 로드맵 △중장기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선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반도체 제조 공정 △장비 개발 분야 등에서 ASML과 협력해 왔으며, 2012년엔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베닝크 CEO는 2016년 11월 삼성을 찾아 차세대 EUV 기술 개발현황을 설명하고 중장기 투자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4년 후인 2020년 10월엔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로 가 미래 반도체 기술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EUV 장비 제조현장을 찾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사용될 신형 장비를 살펴봤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화성·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EUV 기술을 적용해 파운드리 고객사 제품과 고성능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업계의 ‘절대강자’인 ASML과의 파트너십은 제조사들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이 부회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으로 양사가 전략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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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반도체를 포함, 미래 먹거리를 위한 ‘초격차’ 행보를 이어갔다. 이튿날인 15일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한 데 이어 △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선행 연구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이는 지난달 삼성이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AI·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향후 5년간 45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궤를 같이하는 만큼 미래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메모리 성공 DNA’를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 이식, 진정한 ‘반도체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다시 한 번 강조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스템반도체의 선두급인 인텔·엔비디아·퀄컴, 파운드리 강자인 TSMC가 각각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생존을 위한 도전장을 던졌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이 달성된다면 삼성은 ‘메모리 초격차’를 넘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이 가능해진다”며 “대한민국에 삼성전자 규모의 기업을 하나 이상 신규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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