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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발표 행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패스, 리벨리온 등이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2021년부터 30년까지 10년간 총 510조원 이상의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먼저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서 발표한 133조원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71조원을 투자한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 세계 1위가 목표다. 추가된 재원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건설에 활용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는 팹리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반도체 생산 전문업체다. 파운드리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키우는 선순환을 낳는다. 또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의 창업은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가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가속화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처음으로 평택3라인(P3) 신규라인 착공을 공식화했다. 내년 하반기에 축구장 25개 크기의 평택 3라인을 완공시켜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평택 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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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파운드리 업체 인수합병(M&A) 혹은 국내 설비증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이고 국내에선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을 확보한 상태다.
8인치 파운드리에선 현재 극심한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부터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국내 파운드리 규모 확대에 나서는 방향에 대해서는 유휴 공간이 생기는 청주 사업장과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에 참여한 키파운드리 팹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8인치 시장 가능성을 보고 사모 운용사들이 키파운드리 팹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SPC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49.8%를 출자했다. 키파운드리 팹은 매그나칩반도체가 매각한 파운드리 사업부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전면인수할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소장은 “8인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만들어 현재 부족한 전력 반도체, 센서 등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기술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