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수·금융 살리기, 野도 힘 실어줄 때

이수빈 기자I 2025.01.20 19:12:46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20일 6대 은행장을 만났다. 애초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로 예정돼 은행권의 기여 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이날 간담회는 금융권에 대한 정치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이날 금융권과 여론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여러분에게 무언가 강요해서 얻어가거나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전혀 아니다”며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게 어떤 것인지 충분히 들어보고 활동하는데 정치권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보려는 자리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은행연합회를 찾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은행권의 상생금융 확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은행의 가산금리에 법정출연금 전가를 제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비롯해 은행권 ‘횡재세’ 재추진 등 은행권을 옥죄는 방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가 이날 은행장과의 만남에서 ‘경청’에 방점을 찍었지만 은행으로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와의 만남에 상당한 압박감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 속 조기 대선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 이 대표와 은행장의 만남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의 정치적 행보로 보일 여지가 다분하다. 그나마 은행연합회가 ‘금융외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원해 줄 것을 제안했고 민주당 정무위 위원들도 정무위 차원에서 지원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호응한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2년 중 가장 큰 차이로 벌어진 예대마진으로 ‘이자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 이어 성과급 잔치까지 열리자 은행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높은 대출금리로 어려워하는 서민,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상생’의 손길을 더 내밀라고 요구한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나서서 은행에 ‘주홍글씨’를 새겨야 하겠는가. 이날 이 대표의 발언대로 금융지원이 금융지원으로 끝날 게 아니라 내수와 소비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고민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앞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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