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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에 속도
3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 튀르키예 토그(TOGG), 사우디아라비아 씨어(Ceer), 멕시코 올리니아(Olinia), 브라질 레카(Lecar), 모로코 네오 모터스(Neo Motors) 등이 대표적인 신흥국 자체 전기차 브랜드로 꼽힌다.
정준하 한국자동차연구원 기술정책실 선임은 “전기차 전환은 완성차 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를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에서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 등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부품 수 감소와 원가 구조 변화, 모듈화 등으로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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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인프라를 활용한 시장 선점 전략도 눈에 띈다. 빈그룹 계열사 V-Green은 베트남 충전시장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빈패스트 차량에 무료 충전 혜택을 제공하면서 차량 판매와 충전사업 간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전기차 구매 시 최초 등록세를 면제하고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특별소비세율을 적용하는 한편, 수입 전기차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정 선임은 “신흥국은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현지 시장과 에너지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며 “일부 국가는 핵심 광물이나 기존 자동차 생산 기반을 활용해 소재·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전기차 산업 자체를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PIF는 2022년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씨어를 설립했으며 올해 4분기 첫 SUV와 세단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통합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인력 양성기관과 부품 제조 합작사, 자동차산업 전문 투자회사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배터리·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현지 시장과 에너지 특성을 겨냥한 전기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주도하는 올리니아는 현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저가형 도심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첫 모델 ‘올리니아 1’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여건을 고려해 일반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정부는 배터리 공장과 충전망 구축까지 지원하며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스타트업 레카가 현지에서 익숙한 에탄올을 활용한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를 개발하고 있다. 브라질은 승용차의 상당수가 에탄올과 휘발유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퓨얼 차량인 만큼 현지 에너지 환경에 맞춘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 선임은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육성은 단순히 완성차 한 개 업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부품산업 등 전후방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양산 단계의 기술과 부품 공급망을 단기간에 내재화하기는 어려워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모로코는 기존 자동차 산업 기반을 전기차로 확장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토그는 현지 기업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설립된 자체 브랜드로, 지난해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차량 현지화율을 높여 부품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배터리도 현지 생산하고 있다.
모로코 역시 르노와 스텔란티스 등의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전기차 산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민간업체 네오 모터스가 개발한 소형 전기차 ‘Dial-E’는 아프리카 최초로 유럽 승인을 획득했다.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입지와 자유무역협정(FTA), 풍부한 광물자원 등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현지화 중요성 더욱 커져…부품사엔 기회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과 무역장벽을 동시에 높일 가능성이 있다. 낮은 생산비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저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자국 브랜드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 선임은 “신흥국 완성차 기업이 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등 무역장벽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 등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신흥국 전기차 업체들은 아직 양산 경험과 핵심 부품 공급망이 취약한 만큼 차량 플랫폼과 제조기술, 배터리·전장부품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과 협력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 선임은 “신흥국의 신규 전기차 기업은 양산 단계의 기술과 부품 조달 기반이 취약한 만큼 국내 부품기업에는 신규 공급망 진입과 고객 다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지 기업과 공동개발이나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완성차 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방식으로 초기 협력관계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흥국 로컬 전기차의 부상은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고객과 기술협력 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며 “공급망 형성 초기 단계에서 어떤 기업이 현지 파트너십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좌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