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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금으로 가볼까'…요구불예금 두달새 57조 늘었다

유은실 기자I 2024.04.02 18:57:46

[투자대기성 자금 '머니무브' 조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매력 줄자
고객들 돈 빼 요구불예금으로 몰려
5대銀 3월 648조…17개월래 최고
주식시장 반등에 코인·금값 들썩
투자처 찾기 전 실탄 쌓아둔 듯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월급통장처럼 이자가 적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이 한 달 새 33조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57조원 넘게 불어났다.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금값 급등 등 투자처를 모색하려는 요구가 맞물리면서 총알을 한껏 쌓아뒀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붙지 않고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를 앞둔 자금이 몰린다. 은행권은 코인이나 금 등 대체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수익성 높은 곳 투자위한 대기자금?”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47조 8882억원으로 2월 말 614조 2656억원보다 33조 6226억원(5.47%) 증가했다. 이는 최근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요구불예금은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정기예금 수신금리를 올린 지난해 7월 580조원대로 떨어진 뒤 등락을 지속하다가 지난 2월 600조원대를 회복했다. 2개월째 증가세로, 특히 지난 1월 말과 비교하면 무려 57조 1762억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이란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이른바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상품엔 보통예금, 급여통장 등이 있고 단기 자금을 묶어두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예금)도 포함된다. 금리가 정기예금 대비 낮지만,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 전 돈을 임시 보관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요구불예금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다른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시중은행의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간 데다, 주식시장과 대체자산 시장으로 분류되는 금·코인시장의 분위기가 꽤 좋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구불예금이 단기적으로 늘어났다면 기존 자산을 처분하고 들어온 현금이다”며 “수익성이 높은 곳의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의 금리가 매력이 없자 예·적금에서 빠져나온 상당액은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3월은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처음 도래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적금으로 묶여 있던 돈이 시중에 대거 풀렸다. 은행의 정기예금은 올 2월 말 886조 2501억원에서 3월 말 873조 3761억원으로 12조 8740억원 줄었고, 같은 기간 정기적금 역시 33조 2204억원에서 31조 3727억원으로 1조8477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2~3월은 성과급·배당금 이슈가 있어 요구불예금이 늘어난다”며 “올해는 은행 예금금리 하락, 자산시장 상승 기대감이 겹치면서 요구불예금 증가속도가 가팔라 보인다”고 말했했다.

◇“대체자산으로 머니무브 막기 어려워”

여기에 주식시장 반등과 들썩이는 금·코인 가격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3월 29일 56조 5229억으로 한 달 새 약 2조원 넘게 불었다. 1월 말 50조 7434억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월 말 54조 3356억원으로 늘어난 뒤 우상향을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금값 역시 심상찮다. 이날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0.86% 상승한 온스당 2236.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6만~37만원대를 기록하던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 돈에 40만원을 돌파했다. 가상자산인 코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코인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1억원 부근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이 수수료나 이자 면에서 더 많은 혜택을 고민하지 않으면 대체자산으로의 머니무브를 막긴 어렵다”며 “예전보다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과 고객유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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