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KDDX 기술 재검토…아직 개발도 안했는데 '구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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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5.08.11 14:42:06

안규백 국방부 장관, KDDX 기술 진부화 검토 지시
방사청, 이번 주 외부 전문가 포함 기술검토회의
도전적 기술들인데…업계, 기술 진부화 논란에 의문
함 건조 늦어져 전투체계 등 핵심 기술도 지연될 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정부에서 사업추진 방식에 매몰돼 미뤘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관련 논의가 재개된다. 11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말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등으로부터 KDDX 관련 첫 보고를 받고, KDDX 기술 진부화 여부에 대한 ‘기술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이번 주에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관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 장관의 이런 지시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형 구축함 전락’ 가능성과 새로운 설계 필요성 주장에 따른 것이다. 안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이 아닌, 한화오션까지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선 KDDX를 구식 함정으로 치부하는데 의문을 제기한다. KDDX는 1980년대부터 미국이 개발해 지금까지 성능개량 과정을 거쳐 진화한 ‘이지스’(Aegis) 전투체계 기반 구축함을 국산화하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5개의 이지스구축함 운용국 중 이를 국산화한 나라는 아직 없다.

미 이지스 전투체계 탑재 구축함인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 ‘2024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대공무인표적기를 향해 함대공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해군)
그러나 우리 목표는 말 그대로 ‘한국형’이다. 국산화율 85% 이상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6종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스급 전투체계와 S·X 밴드 레이더 △통합소나체계 △전자전장비(SONATA-II)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수직발사체계(KVLS-II) △함대공유도탄-Ⅱ 등이다. 또 국내 처음으로 통합전기식 추진체계를 채택했는데, 미국 줌왈트급 구축함 다음으로 큰 25MW급 발전용량 체계를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29건의 신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들을 하나의 배에 통합시키는 것 자체도 도전적 과제다.

이지스함 승조원을 ‘모가미’처럼 100명 미만?

일각에선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을 KDDX와 비교하며 승조원 100명 선을 주장한다. KDDX는 기존 세종대왕함급 270여 명, 정조대왕함급 230여 명과 달리 150명으로 설계됐다. 기본설계 과정에서 100명 선까지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지스함 임무를 고려해 승조원 숫자를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호위함과 이지스구축함은 배 크기부터 차이가 있고, 탑재된 장비와 무장, 교대 근무 형태도 달라 비교가 부적절하다”면서 “2017년 연이어 발생한 미국 이지스구축함의 민간 선박 충돌 사고는 무리한 인력 절감과 이로 인한 승조원 피로도가 원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2010년대 개념으로 짓는 ‘아날로그 구축함’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DDX는 2013년 개념설계 이후 정조대왕급 도입에 따른 소요 조정으로 중단됐었다. 하지만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KDDX 기본설계 기간이 다른 함정개발 사업보다 더 길었는데, 그만큼 최신 기술이 많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방사청, 해군 등 19개 기관이 함께 수행한 결과물로, 불과 1년 6개월 전에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설계는 2020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3년간 진행돼 3만5000여 페이지의 산출물과 2500여 페이지의 설계도가 완성됐다.

이어 “KDDX 기본설계는 향후 기술 성숙도와 연계한 각종 센서·무장체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탑재공간, 중량, 전력부하 등을 반영해 미래 확장성까지 감안했다”며 “AI 관련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각 체계 수준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방사청은 KDDX 육상시험체계(LBTS)를 구축하고 있다. 새롭게 부각되는 위협 표적 대비를 위한 미래 신기술 적용과 최신 알고리즘 검증을 위한 것이다.

지난 3월 서해상에서 진행된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계기 해상기동훈련에서 최신예 호위함 충남함(맨 앞) 등이 사격을 하고 있다. 충남함급부터 4면 고정형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탑재됐으며 이를 지원하는 전투체계가 적용됐다. 더 진화한 버전이 KDDX에 탑재될 예정이다. (사진=HD현대중공업)
또 설계 변경으로 지연?…천문학적 비용 수반

그런데도 추가 설계를 진행할 경우 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실패한 사업으로 꼽히는 미국 줌왈트급 구축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줌왈트 사업은 설계 변경과 검증되지 않은 첨단기술 적용으로 비용이 급상승했다. 잦은 고장 때문에 정상적 임무수행이 어려워 애초 32척 확보 목표에서 3척 보유로 사업이 종료됐다.

KDDX 사업은 1년 6개월이나 늦어진 상태다. 1번함의 2028년 진수·2030년 해군 인도 계획은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탑재될 핵심기술 개발이 2029년 말께 대부분 마무리 돼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배에 탑재해 시험평가를 해야 개발이 종료된다. 지금 상세설계를 시작해도 2031년에야 개발이 끝나는데, 추가 설계는 사업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설계 변경 비용에 조선소뿐 아니라 ADD 및 해당 체계를 개발하는 업체 인건비, 자재비,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천문학적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조용진 동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개발 초기 채택된 최첨단 기술이 함정 취역 시점에는 구형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되지만, 섣부른 첨단 기술 활용은 오히려 큰 화를 부른다”면서 “그래서 재설계보다는 후속의 배치(Batch) 개념을 통한 부분적 개조·개장으로 실패 없이 전력 증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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