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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사건은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자인 피고인이 오히려 아동을 정서 학대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한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 아동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동학대 피고인이라는 끔찍하고 믿기지 않는 충격의 단어가 저를 가리키고 손가락질했다”며 “교직 생활 20년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완벽하진 않았지만, 부끄러운 교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천만번 생각해도 저는 아동학대범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의 일부 발언에 대해 학대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에 “자폐성 장애아동은 청각 역치가 낮고 소리 자극에 민감한데, 면전에서 짜증 섞인 큰 목소리로 말하는 행동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피고인은 특수교사로서 이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지식이 높은 사람이다. 미필적으로나마 학대 고의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 보낸 녹음기에 담긴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 따라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녹음 말고도 학급 내 다른 아동 학부모와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교장, 교감과 상담을 통해 아동 학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 씨 측 변호인은 “대개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보면 신체적 학대보다도 정서적 학대를 받았을 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잊지 못한다. 우리가 피해 아동의 마음을 듣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 씨 아내는 2022년 9월 아들(당시 9세)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A씨가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원심은 문제가 된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면서도 아이가 자폐성 장애인인 점 등 사건의 예외성을 고려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에 검찰과 A씨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해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시민위원회에 참석한 수원지검 관내 거주 시민위원 11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검찰 항소를 찬성했다.
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비추어 녹음 파일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하고 장애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심 판결에서 대법원의 판례와 다르게 예외적으로 불법 녹음이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불법 녹음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면 녹음기를 넣기 전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고려하고 녹음만이 최후의 자구책이었는지 확인한 후 판결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발언의 전체 맥락을 담지 못한 녹음 파일만으로 부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내달 1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