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윤지(35)씨는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이제 익숙해지기도 해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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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이데일리가 이날 찾은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귀성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격적인 설 연휴 전이지만, 기차 편 하행선 전 노선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 편은 거의 만석이라 임시버스까지 배치됐다.
귀향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역과 터미널은 코로나19 방역수칙 관련 안내 방송을 거듭 트는 등 방역에 고삐를 조였다. 이날 서울역 탑승구 앞에 설치된 발열 측정 기기를 그냥 지나치는 탑승객들은 안내 직원이 잡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역 철도경찰은 “명절을 앞두고 평소 평일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며 “특별 방역대책을 진행 중이라 더 자주 순찰을 하며 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 보안요원도 “평소보다 사람이 많긴 하다”며 “오전에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오늘은 젊은 층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설 연휴 기간 ‘긴급 멈춤’과 ‘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고향 방문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선물꾸러미를 손에 든 송영임(64)씨는 “코로나 상황이 걱정돼 지난 2년간 고향을 찾지 못했다”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빠르고 강하다고 하니 걱정이 되지만, 친정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해 꼭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간호사인 이모(25)씨는 “코로나 이후에 고향인 삼척에 처음으로 간다”며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황금연휴 시작 전에 짧게 다녀올 계획”이라고 웃었다. 작년 5월 결혼했다는 김현아(27)씨와 조자람(31)씨는 “신혼부부인데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이번에는 인사드리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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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귀향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나려 한 손에 캐리어를 든 이들도 엿보였다. 직장인 박모(25)씨는 “오미크론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고령층이 많은 친척집에 방문하는 것이 꺼려져 포기했다”며 “대신 친구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가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모(25)씨도 “코로나19 이후 고향에는 방문하지 못했다”며 “이번 황금연휴 기간이 아까워 부산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귀경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온 김상흔(64)씨는 “아들이 병원에서 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못 온다고 해서 명절에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왔다는 이모(54)씨는 “설 명절을 맞이해 친척들을 보러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다”며 “이제 자가격리를 마치고 친척 집에 간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올해 설 명절 기간 2900만명에 달하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만4026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추이에 따른 이동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총 2877만명, 일평균 480만명 규모의 이동량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예상 이동 인원은 작년 설(409만명)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지난 설에는 집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이동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40% 이상이 ‘코로나 상황이 지속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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