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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슈바이처' 이강안 원장, 성천상 수상 "그릇이 못 된다"

노희준 기자I 2019.07.15 16:09:56

오지 섬마을에서 2200여명 주민 위해 홀로 의료 활동
"故 장기려 교수 영향 받아…16년간 48만건 진료"
내달 27일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 시상식

(자료=JW중외제약)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그릇이 못 되는데 큰 상을 받았다. 매일매일 하루 뜻깊은 일을,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겸손하게 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라남도 끝머리에 위치한 완도에서도 남동쪽으로 약 20km 남짓 떨어진 청산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이강안(83) 원장. 이 원장은 음지에서 의술을 펼친 의인을 발굴하는 ‘성천상’ 제7회 수상자로 선정되자 연신 “조금 베풀고 살았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앞서 한 차례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는 덤으로 하나 상을 준 거 같다”며 “다른 훌륭하신 분이 많다”고 했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은 제7회 성천상 수상자로 이강안 청산도 푸른뫼중앙의원 원장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성천상은 JW그룹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의료복지에 기여한 의료인을 찾아 격려하는 상이다. 이 원장은 연고 없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와 인근 섬마을의 유일한 의사로서 16년째 헌신 중이다.

◇ 장기려 교수 영향…섬마을 1인 의사로 2200명 생명 책임져

그는 1962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잠실병원 부원장, 혜민병원 원장을 거쳐 1993년 서울에서 개인 병원(이강안 의원)을 개원해 10년간 잘 운영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04년 무렵. 근무 의사가 없어 폐원 위기에 처한 푸른뫼중앙의원의 소식을 접했다.

영화 ‘서편제’의 무대로 조명받은 청산도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고립된 섬이었다. 내륙으로 향하는 배편이 하루 1번 밖에 없을 정도였다. 또 고령 환자가 많아 응급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이었다. 푸른뫼중앙의원은 2200여명이 살고 있는 청산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으로 2003년 설립됐다. 하지만 1년 동안 의사가 4차례나 바뀔 정도로 의료 환경은 열악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그가 의료봉사라는 고행의 길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국의 슈바이처’ 고(故) 장기려 교수의 영향이 컸다. 이 원장은 “30년 전부터 장 교수를 잘 아는데 장 교수가 항상 사랑을 실천하고 불쌍한 이웃을 위해 살라고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장기려 교수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장 전 교수는 부산에서 천막을 치고 복음 병원을 세워 행려 병자를 치료한 의인이다. 그는 평안북도 출생으로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왔다. 당시 아내와 5남매를 북에 둔 채 둘째 아들만 데려왔는데 둘째 아들이 2009년에 작고한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수였던 장가용 박사다. 장가용 박사는 이 원장 막연한 친구이자 이 원장 사위(분당제생병원 재활과 의사)의 이모부이기도 하다.

◇ 하루 평균 120명 환자…16년간 48만건

이 원장은 하루 평균 120명의 환자를 돌본다. 오전 7시 40분부터 진료를 시작해 밤낮없이 의료 활동을 펼친다. 어업과 농업에 주로 종사하는 주민들의 생업을 고려한 진료다. 병원 자체가 밤낮으로 모두 개방돼 있다. 그는 중증 환자의 경우 가정을 직접 찾아 진료를 한다. 필요한 경우 인근 섬인 모도와 여서도에도 배편으로 왕진에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지난 16년간 수행한 외래진료는 48만건에 달한다.

그는 “복막염으로 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밤에 경비정 불러 호송시켰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섬이라 환자가 급하게 생기면 낮에는 헬기가 오지만 밤에는 헬기가 오지 않고 경비정이 오는데 무섭기도 하다”고 돌아봤다.

이 원장은 매년 천만원 이상의 기부활동도 펼쳐왔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고기를, 매년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또 외로운 노인들에게 경로잔치를 열어준다. 이 원장은 “1억원 상금은 아주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한테 줘야 하고 ‘국경없는 이사회’에도 줘야 한다”며 “줄 데가 너무 많다. 제 돈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성낙 성천상위원회 위원장(가천의대 명예총장)은 “안정된 노후의 삶을 포기하고 섬마을 주민들을 위해 노년을 바친 이 원장의 삶이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오는 8월 27일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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