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급속한 하락세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찬반논쟁을 벌였다.
2013년 2월 배럴당 111.0달러였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26.5달러로 75%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같은 기간 ℓ당 1952.49원에서 1369.31원으로 30% 하락한 상황이다. 세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주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주유소의 유통마진은 5% 밖에 안 된다. 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제하면 마진은 1%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해법은 과도한 세금을 적절히 낮추는 데 있다. 현재보다 30% 정도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도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월 넷째주 기준 휘발유 가격은 ℓ당 1370원으로 이중 유류세를 뺀 금액은 5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생수 500ml보다 휘발유 500ml의 가격이 더 싸다는 얘기”라며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유류세 카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거둔 유류세는 24조원에 달하는 데 주유소 업계는 유류세 카드수수료로 3300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주유소당 2705만원의 카드수수료를 추가 부담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류세를 되레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는 소비과정에서 환경오염,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이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부분을 세금으로 걷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특히 유류세는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개념이다. ℓ당 세금은 2000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16년간 세율은 같은데 물가는 올랐기 때문에 사실상 감세를 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개인 교통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환경오염, 교통혼잡 비용을 줄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북미보다는 유럽에 가까운 상황인데 대중교통 인프라는 잘 갖춰놓고도 개인차량을 억제하지 않는 것은 양면적인 정책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원철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로 걷히는 세수가 목적에 맞게 교통·에너지·환경 분야에 적절히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유류세 중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약 80%가 도로를 개설하는 등 교통시설 관리 확충에 이용되고 있다. 환경 개선에는 1~2% 정도 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를 목적세라고 부르고 있지만 재정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교통, 대기질 문제 해결을 위해 쓰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세금의 목적은 타당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유류세를 인하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 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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