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에 대한 미국의 직접 통제를 추진하면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현대판 ‘자원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와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거래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가까운 현지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의 회사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가 100년간 베네수엘라 미개발 유전 개발권을 얻어 유전 17개를 개발하고 미국은 생산량의 55%를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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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돈로 독트린’의 시험 무대로도 평가된다. 돈로 독트린은 19세기 제임서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멀노 독트린에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결합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서반구에서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안보·경제적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며 사용하고 있다.
미군이 지난 1월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원유를 활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한 세기 전 미국이 중남미 천연자원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신식민주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덴버대 교수는 “현재 베네수엘라는 이름만 빼면 사실상 미국의 보호국이 됐다”며 “이런 체제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안보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대학교 역사학과의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교수는 이번 상황을 20세기 전반 중앙아메리카의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가 경제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바나나 공화국’ 시대와 비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기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느냐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미국 기업 유나이티드프루트는 중남미 각국의 토지와 농장을 장악하고 현지 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 정부의 정치·군사적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현지 국가의 정책과 경제가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는 과거 외국 자본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던 역사가 있다. 베네수엘라는 1920년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석유기업의 지배를 받았다. 1940년대에는 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의 약 94%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익을 자국에 더 많이 귀속시키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창립 회원국이 됐고, 1970년대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0년대 중반 외국 석유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다시 강화하면서 미국을 향해 지배와 착취, 약탈을 일삼는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그 결과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외국 기업의 석유 자산이 몰수·국유화됐다.
베네수엘라 전 석유장관 라파엘 라미레스는 이번 협정을 “역사적인 항복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에 영토와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을 포함한 미 행정부에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공관의 전 대리대사였던 프란시스코 팔미에리는 이번 협정의 신뢰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협정으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선거를 연기하고 계속 집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 대가로 무엇을 주고받는 것인가?”라며 “미국이 계속해서 정권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뿐이라면,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미국이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된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도 “이번 협정은 불법적인 임시정부가 체결한 위헌적 거래”라고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