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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피해액수 늘고 범죄 수법도 다양해져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기망해 재물 등을 편취하는 조직적 사기 범죄로 △총책 △관리책 △모집책 △유인책 △현금인출책 △현금수거책 △현금전달책 등으로 구성, 고도의 조직성을 특징으로 한다. 지난 2006년 첫 피해사례 이후 다양한 대책과 단속에도 해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따른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구제 신청접수 금액은 1956억원으로 전년(1451억원) 대비 34.8% 늘었다. 이는 범행에 직접 사용된 1차 계좌를 기준으로 피해구제신청접수된 금액이다. 같은 기간 경찰청이 추산하는 피해액은 4472억원으로 이를 훨씬 웃돈다. 여기에 경찰·검찰 등 기관을 사칭하거나 대출 사기 등의 전형적 수법을 넘어 리딩방 사기, 투자금 손실보상 사기 등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성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부장판사는 “범죄 자체가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대부분이 해외 거점을 두고 있어 총책과 관리책 등 상위 조직원이 검거되는 일이 많지 않고 주로 국내 활동 인출책, 수거책, 전달책 등이 검거돼 처벌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2021년 평균 검거 인원 3만8015명 중 총책·관리책·유인책(콜센터) 등 상·중위 조직원은 2.0%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인출책·수거책·절취책 등 하위 조직원은 34.0%, 계좌명의인·통신업자 등 방조범은 64.0%로 가장 많았다.
현행 양형 기준을 보면 조직적 사기의 경우 사기 금액에 따라 △1억원 미만이면 기본 형량이 1년6개월~3년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2~5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4~7년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6~9년 △300억원 이상이면 8~13년으로 나뉜다. 여러 개의 보이스피싱 사기범죄를 저지른 경우 편취금액을 합산해 유형을 정하게 된다. 다만 사기죄 최대 형량은 10년으로,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러 최대 2분의 1까지 형이 추가되는 ‘경합범 가중’ 규정을 합칠 경우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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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행 양형 기준에서 감경·가중 요소를 반영하는 ‘특별양형인자’를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여부 △단순 가담 등 현행 감경·가중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양형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이기수 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현금다발을 수거하고 전달하는 업무는 보이스피싱 범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고 본질적으로 사악한 범죄에 스스로 합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임무가 없다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단순가담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범죄 근절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가담자가 존재하기 어렵고 단계마다 행위를 분담하는 만큼 다른 공범들의 범죄 사실 관여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며 “범행 수법, 범죄 유형, 사기 피해금액 등 구체적 양형인자를 세분화해 개별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양형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상규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대 젊은 청년들이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뛰어들어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범죄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엄벌을 처하기보다는 총책 검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사회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