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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는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김 전 과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부장에 대해 방어권 보장을 명목으로 보석은 취소하지 않았다. 곽 경위에게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배 부장판사는 박 전 부장에 대해 “경찰 조직의 고위 간부로서 핼러윈 관련 정보보고서 제출 등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었어야 하지만, 사고 직후 사고 원인 파악보다는 책임소재가 경찰에 향할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보안유지 명목으로 내부 문서를 은폐해 경찰의 투명한 정보 활동을 방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체적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수차례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전 과장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지시라는 명목으로 부하 직원에게 보고서 파일 삭제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지시했고, 부하 직원들로부터 의문이 제기됐음에도 위법 행위를 강제했다”면서도 “박 전 부장의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곽 경위에 대해서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했고, 김 전 과장의 지시를 불이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낮고, 작성자의 동의가 있던 것으로 알고 지시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사고 발생 전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인파 밀집 등의 내용이 담긴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비롯해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곽 경위는 이들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재판으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경찰, 공무원 등 공직자들에 대해 첫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건물을 불법 증축해 참사 규모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밀톤호텔 대표 등 민간인에 대해서는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박 전 부장은 경찰관들에게 업무 컴퓨터에 있는 핼러윈 관련 파일 1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추가 기소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2월 18일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곽 경위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만약 지시를 했더라도 목적을 달성한 보고서를 삭제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곽 경위는 혐의를 전면 인정했다.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