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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의 개발은 사스 전염병 출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말 사스가 26개국으로 번졌으며, 증상이 독감 같은 수준에서 며칠 새 심각한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800명 이상 사망자를 만들었다. 화이자는 사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고 정맥 제형으로 실험실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예상보다 빨리 종식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해 미국과 영국 화이자 연구원들은 오래된 이 약물의 분자를 수정하는 데 힘을 쏟았고,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해 팍스로비드가 탄생했다.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역시 메르스부터 출발했다. 2013년 에모리대학교 과학자들이 처음 개발했으며, 베네수엘라말뇌염 및 메르스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고 나서 상업화를 위해 에모리대학교 과학자들은 지난해 리지백 테라퓨틱스에 넘겼다. 리지백은 머크와 협력해 임상을 진행했고 최종 개발까지 완성했다.
국내에서 사스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했던 회사는 씨티씨바이오(060590), 바이오리더스(142760), 알앤엘생명과학이 있다. 메르스 치료제는 일양약품(007570), 셀트리온(068270)이 개발에 나섰었다. 진원생명과학(011000)과 우진비앤지(018620), 녹십자(006280)는 메르스 백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테마주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셀트리온과 진원생명과학을 제외한 회사 모두 임상시험계획서(IND)조차 내지 않은 채로 중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양약품이다. 2016년 일양약품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신·변종 바이러스 원천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통해 메르스 치료제 개발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올해 초 연구를 마치고 정부에 자료를 제출했으며, 합격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후속 개발과 관련해선 답변을 듣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의약품으로서 상업화하는 단계는 제약회사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양약품에게 약물 후보를 도출한 자료 제출을 받은 건 맞으며, 합격점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면서 “정부는 약물 스크리닝까지 개발비를 지원하고, 이 약물이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서 임상까지 착수하는 몫은 일양약품에서 할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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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유일하게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성과를 냈다. 앞서 셀트리온은 메르스 항체치료제 물질 도출을 완료하고 특허까지 냈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임상이 홀딩됐다. 당시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개발까지 성공했으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정식 허가를 받았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 새로운 후보물질 CT-P63을 발굴해 폴란드에서 임상 1상도 개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아직 메르스 백신 임상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력해 국내에서 진행된 메르스 DNA백신(GLS-5300)의 임상 1상/2a상이 종료됐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지난해 임상 2a상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분석 작업이 코로나 때문이 지연되고 있다”며 “결과 분석을 CRO 통해서 받게 되면, 결과 발표를 학회를 통해서 하거나 논문 게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