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무시하는 바이든 정부.."달러 패권 15년내 무너진다"

최정희 기자I 2021.05.26 16:37:59

FT 보도..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 주장
작년 코로나19 확산에도 美 국채 매수보다 매도 우위
바이든 정책, 대규모 재정적자에 인플레 가중..달러 가치 하락으로 연결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달러화 패권 시대가 15년 내에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대급 재정지출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 풀기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 세게 흔들 것이란 우려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89선으로 3월말 연 고점 93선에서 4.3%나 하락했다. 이는 연준의 달러 풀기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럽 등의 경기 개선에 따른 유로화 강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4% 올랐고 위안화는 3% 상승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겨냥 “(지금처럼) 통화·재정정책이 경제 상황에서 벗어난 시기를 역사상 찾아볼 수 없다”며 15년내에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패권에 대한 의심은 지난 40년간 계속돼왔지만 달러화는 기축통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왔다. 그러나 FT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큰 돈을 벌었던 경험이 있는 드러켄밀러의 주장인 만큼 그냥 무시하긴 어렵다고 보도했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서 보유한 미 달러화 비중은 작년 4분기 59% 수준으로 2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 71%와 비교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비소련 국가의 산업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에 따라 달러는 수출·수입업자의 주요 결제 수단이 됐으나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 국총생산(GDP)의 4분의 1도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났을 때에도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했는 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FT는 “작년 3월초엔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올랐으나 3월 9일부턴 국채를 매도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해져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년물 금리는 2월 1.16%에서 3월 9일 0.5% 밑으로 떨어졌으나 다시 1%를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 미국 국채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 국채 등 채권 매입액은 작년 2월 1조7900억달러에서 3월 2조6700억달러로 급증했으나 매도액 역시 같은 기간 1조7900억달러에서 2조9800억달러로 급증해 매수액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대급 재정지출과 연준의 돈 풀기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대규모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달러 패권 시대를 교체할 대안을 찾는 것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유로화, 위안화인데 둘 다 약점이 있다. 유로화는 미국과 비슷한 규모의 안전 자산을 제공할 만한 국채 시장이 없다는 점이고 위안화는 권위주의적 정부와 정부의 시장 개입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네트워크가 새로운 통화 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FT는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에서 영국 파운드화를 제거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는 1차 세계대전으로 영국의 경제 및 재정 상황에 피폐해졌기 때문인데 코로나19가 전쟁 만큼 경제적으로 강력한 폐해를 줬는지는 의문”이라며 “현재로선 달러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재정 낭비, 통화 가치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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