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마을`로 이름을 날리던 인천 강화도 후포항. 2010년 들어서는 겨우 명맥만 유지했지만 30~40년 전이던 1970~1980년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배는 만선이었고 외지에서 오는 이들도 많았다. 차를 세울 곳이 없어 도롯가에 세워야 할 지경이었다. 조수인 미락횟집 사장은 “처음에는 90% 가까이가 실향민이었다”며 “먹고 살 게 없으니 밴댕이를 잡아 회를 떠서 팔기 시작한 게 후포항 역사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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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선수어장의 오사리밴댕이는 살찌고 기름져서 횟감용으로 좋고, 뺄밴댕이는 젓갈용으로 인기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밴댕이 어획량이 줄고 시설은 점점 낡아갔다. 그 사이 주변 다른 항은 개발에 개발을 더했다. 후포항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역 주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그러자 일거리를 찾아 하나둘씩 후포항을 떠나기 시작했다. 김홍규 어촌계장은 “친구들이 바다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예전 같은 시절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김 계장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후포항은 달라져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소중하게 일군 삶의 터전이자 내 터전이기 때문이다. 후포항의 변화는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가능해졌다. 어촌뉴딜 300은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을 어촌 필수생활 기반시설(SOC)을 현대화하고 지역 특화사업을 발굴해 지역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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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16일 후포항에서 어촌뉴딜사업 준공식을 개최해 후포항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만재도와 가이도북항에 이은 세 번째 어촌뉴딜 사업의 결실이다. 후포항은 2019년 11월에 착공해 올해 7월에 사업을 완료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준공식을 미루다 이날 행사를 하게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후포항이 제2의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86억8900만원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후포항의 상징인 밴댕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밴댕이 특화거리를 정비하고, 밴댕이 메뉴 개발 컨설팅을 했다.
후포항에 오기 쉽게 접근성도 높였다. 후포항으로 진입하는 길을 재정비하고 해안 연결로를 새로 만들었다. 유빙 피해가 크다는 민원에 따라 부유식 방파제를 설치하고 선착장 어업 공간 개선, 어항구역 경관 정비 등을 마쳤다. 신명자 연백호 횟집 사장은 “선착장이 오래된 탓에 부식해 깨졌는데 콘크리트 작업을 해줘서 배가 들어오기 편해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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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후포항을 찾은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어촌 지역은 수산업의 전진기지이지만 정부 정책의 그늘에 놓여 있었다”며 “이런 가운데 어촌 주민의 생활공간이자 경제활동의 중심인 어항과 포구는 점점 낙후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오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촌에 꼭 필요한 사업을 했다 싶어 마음이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촌뉴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서 주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후포항에는 먹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밴댕이촌 앞에는 뚜껑처럼 생긴 부분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이뤄진다는 소원바위가 있다. 이번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 소원바위 탐방로와 전망대를 구축했다. 바위가 쌀독처럼 생긴 데다 묵직한 뚜껑이 덮힌 항아리 형상이라서 사업이 번창하고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잘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다.
후포항 주민들은 어촌뉴딜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후포항에서 배를 타는 김명수(가명·62) 씨는 “바다에 있다 보면 길을 지나가다가 소원바위 탐방로를 걷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면서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후포항을 찾아준 사람들이 후포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홍규 어촌계장도 “후포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마을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