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개발 전선에서 유럽의 제약사들이 혁혁한 전공을 세우면서 글로벌 제약산업의 슈퍼 파워로서 유럽의 위상이 다시 한번 두드러지고 있다. 2000년대를 전후해 세계 제약산업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유럽 제약산업의 최고 전성기가 저물어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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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아스트라제네카나 바이오엔테크 모두 독자적으로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나선 것이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주목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각각 손을 잡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성공했다.
유럽의 제약산업이 미국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제약의 슈퍼파워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업 문화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백신 개발에 성과를 낸 바이오엔텍과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임상연구 등은 모두 거대 제약회사와 바이오 벤처, 대학 등의 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면서 “미국 화이자가 RNA 기술을 갖고있던 독일 소규모 제약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에 투자하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포드대에 손을 내밀어 백신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획기적인 신기술을 가진 회사를 확보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펼치면서 경쟁우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들은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개발 과정에서 보여주듯 여전히 독자적인 신약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세계 제약강자로서의 유럽 제약업계의 위상은 글로벌 제약업체 상위 50위 리스트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글로벌 제약사 상위 50위 랭킹에 이름을 올린 유럽 제약사는 모두 19개사에 달한다. 미국(18개), 일본(8개)이 뒤를 잇는다.
세계 제약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대표적인 유럽 제약업체로는 세계 2위인 로슈를 선두로 노바티스(3), 사노피(6), GSK(8), 아스트라제네카(12), 바이엘(14) 등이 손꼽힌다.
덴마크의 바이오벤처 콘테라파마의 토마스 세이거 대표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제약 및 바이오 회사들의 생성을 돕기 위해 파격적인 정부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과 대학을 넘나들며 과학과 제약의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는 컨소시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계 제약산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글로벌 상위50위 제약사가 세계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처방의약품 기준으로 지난 2019년 세계시장 규모는 960조원에 달하는데 상위 50위 제약사가 이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이 가운데 유럽 상위 제약사 19개사는 전체의 42%를 차지하며 모두 32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약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도 유럽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파워로서 위상을 유지할수 있는 핵심 비결로 손꼽힌다. 지난 2019년 기준 유럽 제약사들이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모두 4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 전체 매출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가 속속 등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사간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다”면서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기업간 M&A가 여전히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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