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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박수 한번 안 쳐" 워싱턴·여의도 닮은꼴 정치

김혜선 기자I 2025.03.05 14:30:09

트럼프 의회 연설서 공화당 '기립박수' 민주당 '싸늘'
양극화 심화된 美정치...韓 국회도 닮은꼴
尹, 탄핵 변론서도 "박수 한번 쳐주는 게 기본인데"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의 양극화된 정치가 재현됐다. 대통령 연설에 여당은 ‘기립 박수’를, 야당은 ‘피켓 시위’를 하며 협치 없는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공화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REUTERS/Brian Snyder)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DC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가졌다. 그런데 연설 초반에 민주당 소속 알 그린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갑자기 자리에 일어서 “당신은 권한이 없다(no mandate)”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지만 알 그린은 자리에 앉지 않았고, 결국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등 반응을 일절 하지 않았고, ‘거짓(FALSE)’ ‘노 킹(NO KING)’ 등 피켓을 들어 보이며 항의 표시를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에 “그들이 행복해지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미소 짓거나, 박수를 치게 할 수 있는 말은 절대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기립 박수를 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의사당이 완벽하게 두 쪽으로 갈라져 절반은 찬사를, 절반은 침묵을 보내는 모습은 현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현재 미국 상하원은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실제 의석 수는 상원에서 6석, 하원에서 2석 차이에 불과하다.

4일 피켓 시위를 하는 야당 의원들. (사진= Win McNamee/Pool via REUTERS)
한국 정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자신의 시정연설 당시 싸늘했던 야당의 반응에 서운함을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직접 발언권을 얻어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라며 “제가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로텐더홀에서 (야당이)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며 의사당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여당 의원만 보고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번에는 언론에서 비판을 하니까 (야당이 의사당 안에) 들어는 왔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고 (제가) 악수를 하니까 전부 거부하면서 문 쪽에 안면 있는 일부만 하고 저에게 ‘심지어는 빨리 사퇴하세요’ 이런 의원들도 많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적했던 야당 의원들의 ‘태도’는 지난 2022년, 2023년 국회 시정연설 때다. 2022년 10월 25일 시정연설 때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정연설 시작부터 보이콧하면서 ‘반쪽 국회’가 연출됐다.

2022년 10월 25일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 보이콧으로 반쪽이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3년 10월 31일 시정연설 당시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시정연설에 들어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설 중 29회 박수를 친 것과 대조적으로 박수를 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하는 관례를 깨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시정연설 후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할 때 등을 돌려 앉는 의원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야유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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