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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원회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외국인 금융과 관련한 내용이 한 줄도 없었다. 자영업자 지원을 주축으로 하는 민생안정, 서민·청년금융 확대를 골자로 하는 포용금융, 규제 개선을 통한 금융산업 영토 확장 등 9대 정책과제 어느 꼭지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감독업무 계획을 발표하기 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요가 커지고 있으나 현재 우선순위는 아니다”며 “내국인, 외국인 모두 금융소비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수요를 고려해 활성화할 영역이다. 관련 법을 넘어서 외국인 금융 육성에 나서는 것까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또한 각 업권 담당 부서에서 살펴보고 있을 뿐 금융산업 혁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집중적인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외국인 금융 수요를 고려할 때 민간 영역만으로는 초기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61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5%에 달한다. 경북 인구(255만명)보다 많다. 외국인 취업자는 1000만명으로, 체류자격 또한 재외동표(53만명), 단순기능인력(45만명), 유학생(22만명)으로 다양하다. 특히 2023년 기준 외국인 임금근로자 36%가 월 평균 300만원 이상을 받는 등 금융 수요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체크카드 이용 외국인 회원당 이용금액이 35만 5000원으로 5년 새 62% 증가했고,인당 월평균 이용 건수도 1년 새 34% 급등한 15.7건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장기 체류한 외국인은 소액한도 신용대출 외에 담보대출, 신용카드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 소득 증가와 다양한 근로자 유입 등으로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니즈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기본적인 예·적금, 체크카드 외에 환전 지갑 형태의 환율을 고려한 외화 저축상품이나 본국 방문 시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연계 상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민간선 TF까지 구축…당국이 마중물 역할해야
민간에서는 외국인을 주요 고객군으로 상정하고 중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고객솔루션그룹에 외국인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전담팀(TFT)을 최근에 신설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중장기 사업 과제를 발굴·수립하는 팀이다. 하나은행 또한 소호·시니어·외국인 손님을 큰 축으로 사업 전략을 세웠다.
JB금융그룹은 지난달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신용정보집중기관 CIC, 국내 NICE신용평가와 손잡고 ‘한-베트남 신용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베트남 국민이 우리나라에서 JB금융 상품을 이용할 때 본국 신용정보를 활용하고, 베트남 귀국 후에 한국 체류기간 동안 축적한 신용기록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당국이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과 우리나라가 운전면허증, 운전경력 기록 등을 공유하는 것과 같이 신용정보, 금융거래 이력 등 축적한 정보를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공유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신용정보원과 외국 신용정보집중기관이 협력해 데이터를 공유·축적하는 ‘정보 인프라’를 구축할 때 당국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국이 인프라를 갖춰주면 민간에서 신용·담보대출, 특화 카드·보험 상품, 자동차 할부금융 등 여러 서비스를 발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초기 마중물 역할은 정부가 하고, 민간에서 각국 금융사와 제휴를 활성화해서 자생적인 외국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금융사들이 외국인 노무, 법무 서비스와 연계해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불필요한 차등 규제는 없애고 금융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종호 연구위원은 “외화 선불 충전형 카드가 신용평가와는 무관함에도 외국환거래법 영향으로 발급되지 않고 있다. 관련 규제를 정비해 외환 체크카드 등을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며 “금융권이 외국인 특화 점포 설치·운영, AI 통역 서비스 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