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비율을 재산정한 사업 구조 재편안을 의결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사업 재편안에서 논란이 됐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안을 철회한 것 외에 추가로 변화된 것은 없다. 에너빌리티를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다.
다만, 두산은 알짜 자회사 밥캣을 내주게 된 에너빌리티 신설 법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조정했다. 이번 재편안의 골자는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하는 비율은 1대 0.247에서 0.115로 바꿨다. 이번에는 자산 기준이 아닌 시가 기준을 적용했다. 두산 측은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밥캣 분할 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했다”고 했다.
두산이 사업 재편에 사활을 거는 건 세계 원전시장 확대로 설비투자가 시급한 만큼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빌리티가 막대한 차입금을 안고 있는 밥캣을 분할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간담회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산은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을 확정한다. 철회했던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에 대해선 향후 1년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한 뒤 재추진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