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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가족회(가족회)와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대책본부) 등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김현희씨에 대한 고소장을 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김씨는 그동안 종편과 인터넷 방송 등에 출연해 ‘가족회와 대책본부가 북한에 동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가족회와 대책본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KAL858기의 진실을 밝히려는 가족회와 대책본부 등에서 추진하는 진상규명 활동을 비난해왔다”고 덧붙였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1월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KAL858기 유족단체 등을 두고 “북한을 옹호하는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민족 반역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씨는 2014년 한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와 국정원, 경찰, 지상파 3게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책본부 등이 KAL858기 사건을 뒤집으려는 가짜 공작을 했다”며 “대책본부라는 곳은 7~8개의 종북좌파 단체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사로 나선 김호순 KAL858기 가족회 대표는 “우리 유가족들을 위해 살겠다는 김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30년이 넘도록 호의호식하고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언론에 출연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어 “KAL858기 유가족들은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김현희를 고소해 KAL858기 사건이 재조명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AL858기 폭파사건 당시 남편을 잃은 차옥정(81) 가족회 전 대표는 “남편이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조종사로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도 종북좌파라는 매도를 당했다”며 “이 사건만 생각하면 무슨 짓을 해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부들거린다. 우리 국민이 진상규명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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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본부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는 “김씨는 1997년 평생 가족을 돕겠다고 서약했는데도 유족의 면담 요청에 응하기는커녕 유족을 종북좌파로 매도했다”며 “김씨는 한 번도 우리한테 고소당한 적이 없다. 그러나 31년 만에 김씨는 우리 유가족들과 진상규명을 원하는 우리 국민에 의해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고소는 KAL858기 진상규명 첫걸음이 되는 역사적인 자리다. 김현희가 법정에 서게 되면 국민 앞에 공개되고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이라며 “KAL858기 사건은 국민의 관심과 여론을 통해 진상규명이 더 빨라질 것이다. 2번째, 3번째 고소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 KAL858기가 공중폭파해 타고 있던 115명 전원이 숨진 사건이다. 정부는 유해와 유품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고 폭파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당시 한국으로 압송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1990년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KAL858기 사건은 사고 당시 안기부 수사 결과와 참여정부 시절 재조사를 통해 북한의 공중폭파 테러사건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수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31년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