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근 국채시장의 움직임이 심각하고 우려스럽다”면서도 프랑스가 재정 건전화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랭 총재는 “프랑스는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의 그리스가 아니”라며 “정부가 제안한 대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지출을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있다면 시장은 이런 구체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에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금리 상승에 점진적으로 목이 졸릴 위험이 실제로 있다”며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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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프랑스 국채금리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에 더해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 통제 능력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겹친 영향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근 430억유로 규모의 지출 삭감과 증세를 담은 예산안을 내놨다. 연금의 물가연동 자동 인상을 없애고 공무원 임금을 일부 동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가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예산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야당이 긴축 조치에 반발하면서 정부의 재정건전화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주 프랑스 국채 매도세는 더욱 심화됐다.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금리는 이달 2일 한때 5%에 근접했다가 이날 4.86%로 다소 내려왔다. 투자자들이 위험 프리미엄을 가늠하기 위해 주시하는 프랑스와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격차(스프레드)도 한때 1.5%포인트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국채 불안이 확산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가능성도 거론되나 물랭 총재는 지금은 ECB 개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안전망은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며 “프랑스 국민과 선출된 대표들이 공공재정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CB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몇 달간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도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두 중앙은행은 모두 10월 말 다시 통화정책을 검토하고 금리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물랭 총재는 “장기금리 상승과 금융여건 긴축, 두 번째 에너지 충격이 수요를 억누를 수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다른 주요국보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배경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재정 문제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프랑스 재무부 의뢰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가부채 이자 비용은 2030년까지 59% 증가해 국방비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가부채는 현재 GDP의 약 120%에 이른다.
프랑스의 균형 재정은 1974년이 마지막으로, 수십 년간 방대한 복지 시스템을 떠받치기 위해 과도한 지출을 이어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에너지 위기 때는 ‘비용이 얼마가 들든’이라는 기조 아래 지출이 더 늘어났다.
문제는 초저금리 시대에 늘린 부채의 차환 시점이 글로벌 금리 급등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1조달러가 넘고, 내년에는 약 38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프랑스 중앙은행과 일본계 자산운용사 등 과거 주요 국채 매수 세력은 시장에서 물러나고 있다. 여기에 분열된 의회 탓에 지출 삭감 등 재정개혁마저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