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or부채' 코인 발행사가 판단…매출 부풀리기 못막는다

임유경 기자I 2023.07.26 17:19:08

금감윈, 가상자산 회계지침 설명회
발행사가 매각한 코인의 수익 판별 기준과 사례 공개
수행 의무 다했는지에 따라 부채·수익 인식 달려
수행 의무 완료 판단은 발행사가 스스로
실효성에 의문제기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가상자산 발행사가 백서(사업계획서)에 명시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기 전까지, 매각한 토큰(코인)을 부채로 인식하도록 한 ‘가상자산 회계감독지침’이 마련됐다. 토큰 판매 대금을 수익으로 잡아 매출과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발행사가 의무 이행 완료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면 되고, 기준이 되는 백서도 임의로 수정할 수 있어 지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6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가상자산 업계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 설명회를 열었다.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 회계법인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26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가상자산 회계공시 지침 설명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DAXA 제공)


가상자산 회계 처리 명확성 확보 목표

금감원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속적으로 가상자산 회계 이슈가 발생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회계 처리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자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가상자산 관련 일부 정보가 백서에 공시돼 있어도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특히 상장기업이 가상자산을 발행한 경우, 토큰의 회계 처리 방식이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데 기준이 명확치 않아 여러차례 논란이 일었다.

지침에 따르면 발행사는 토큰 판매 시 대가를 미리 수령했더라도, 발행자에게 부여된 의무를 반드시 모두 이행한 후에야 수익으로 인식이 가능해졌다.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 윤지혜 국제회계기준팀장은 토큰 매각과 관련해 “(발행사는)토큰 발행 시 수행의무를 명확히 파악·식별해야 하고, 식별된 수행의무의 성격과 범위를 고려해 수익인식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수행의무를 완료하기 전, 회사가 수령한 대가는 계약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백서의 변경 등과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계약변경 회계처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코인을 발행하고 유상 매각이 이뤄지면 매각 대금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지만, 향후 백서 명시한 수행의무를 완료하면 수익으로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 팀장은 발행사에 부여된 의무의 예시로 “백서 등을 통해 ‘플랫폼 실현’을 약속한 경우,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에게 모두 효익이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의무”라고 설명했다.

모호한 기준에 매출 부풀리기 가능성 여전

지침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아무 기준이 없었다가 회계 지침이 생겨 사업을 펼치는 데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업 수행이 언제 완료되는지 회사가 판단하도록 했고, 백서 변경도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법 전문가는 “발행 업체가 수행의무를 완료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부채를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회사 필요에 따라 매출을 부풀려 주식과 코인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오인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백서 변경에 대해 “발행사가 로드맵을 수정하면서 백서를 업데이트하는 건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백서를 수정해 수행 의무의 내용을 바꾸고, 부채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에 ‘수행 의무 이행과 관련해 발행사의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상자산 프로젝트 백서의 공통 양식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금융법 전문가는 “이번 회계지침에 따라 백서가 수행 의무를 규정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며 “유틸리티 토큰, 결제 토큰 등 가상자산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백서에 공통적으로 담아야 하는 내용과 마일스톤(주요 사업 단계)를 표준화할 필요가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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