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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의 목표 '북미수교·평화협정'에 '침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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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18.03.13 16:58:57

27년간 北의 비핵화 약속 파기에 따른 '트라우마'
협상 앞두고 패 드러낼 이유 없다..'게임의 법칙'

사진=AFP연합뉴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사진 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말처럼 ‘북·미 간 군사충돌을 저지할 최선의 방법은 수교’라는 점에서다. 북한으로선 핵 보유 명분으로 내건 ‘미국의 군사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고, 미국 입장에선 손쉽게 북한의 비핵화를 얻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정이나 북미수교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27년간 이어진 비핵화 약속 파기에 대한 ‘트라우마’와 미리 중요한 패를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게임의 법칙’이 복합하게 얽히고 설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며칠 전인 2015년말 북한의 제안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비핵화가 최우선 순위”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북·미 간 소통은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미국 국무부 사이의 ‘뉴욕채널’을 통해 이뤄졌지만, 미국의 거절로 대화는 더는 진전되지 못했고, 결국 북한은 이후 핵·마시일 도발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14년 10월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연설을 통해서도 미국에 평화협정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2005년 9·19 합의에 따라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 문제들은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뒤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2년 후인 지금도 북한은 여전히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를 갈망하고, 미국은 비핵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당시의 비핵화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이었고, 지금은 대화테이블에 오를 협상대상이 됐다는 점은 다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비핵화를 대화의 입구에 놓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에 배치한 셈이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은 더욱 더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질 게 뻔하다. 정의용·서훈 대북특사단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북한이 미국의 ‘수용’ 결정을 인지하고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이 먼저 당근이나 마찬가지인 평화협정이나 북·미 수교를 꺼내는 게 향후 협상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미국은 “말과 일치하는 행동과 비핵화를 향한 진정한 진전을 볼 때까지 최대 압박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며 강경함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 또 속을 수는 없다’는 경계론도 트럼프의 입을 굳게 다물게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김정일 체제 때는 물론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에도 북·미 간 2·29합의를 깬 전례가 있다. 식량 지원을 대가로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달 뒤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구체적 액션플랜이 나와야 트럼프의 입에서도 평화협정이나 북미수교 같은 단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최근 성명에서 김정은을 향해 “트럼프를 농락하려 든다면 그걸로 당신과 당신의 집권은 끝”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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