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상상도 못했는데"…'큰손' 연기금도 비트코인 '줍줍'

방성훈 기자I 2025.01.16 16:31:23

"더는 무시하기 어려워"…연기금도 하나둘씩 비트코인 투자
미시간·위스콘신 연기금 가상자산 ETF 주요 주주
英·濠 연기금도 비트코인 펀드·파생상품 등 투자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투자잠재력 무시못해"

일[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각국의 연기금이 하나둘씩 비트코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금융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투자 집단이어서 주목된다. 가상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익 가능성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연금 제도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 애리조나·루이지애나·미주리·오하이오·오클라호마주 등의 주의회는 지난해 연기금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영국과 호주의 일부 연기금 매니저들도 최근 몇 달 동안 펀드 또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비트코인에 소액 투자해 수익을 늘렸다.

이들을 포함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연기금은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돼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 현물 ETF에 투자하고 있다. 위스콘신주 연기금은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IBIT’에 투자했으며, 보유지분 가치는 지난해 9월말 현재 1억 5500만달러에 달한다. 최대 주주 가운데 12번째로 많다.

미시간주 연기금은 그레이스케일의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6번째 최대 주주로, 지난해 11월 기준 1290만달러어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의 아크 21셰어스 비트코인 ETF에서는 11번째 최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기금이 금융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투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만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부 연기금이 불과 2년 전 가상자산 업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어 더욱 그렇다. 앞서 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원 연기금은 2022년 FTX 파산으로 950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퀘벡주 연기금도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인 셀시우스 네트워크에 투자했다가 1억 5000만달러를 상각했다.

그럼에도 연기금이 하나둘씩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두 배 이상 급등해 10만달러를 돌파한 것이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세계 최고 비트코인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가상자산 부문에 대한 대규모 규제 완화 및 철폐를 약속하면서, 연기금 역시 가상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익 가능성을 더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연기금을 관리하는 AMP의 스티브 플레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상자산은 여전히 위험하고 새롭고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투자 볼륨이) 너무 커졌다. 잠재력이 너무 커서 계속해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트라이트의 투자 컨설팅 이사인 샘 로버츠도 “연기금 업계가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만, 올해는 가상자산에 더 많은 자금을 할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연기금 산업 전체로 보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노출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변동성이 워낙 큰 데다,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견고한 평가 프레임워크도 구축되지 않아서다.

영국 연기금에 자문을 제공하는 머서의 매트 스콧 컨설턴트는 “미 대선일 이후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이 보수적인 수탁자들은 자신들이 전혀 모르는 인기 있는 자산 종류가 있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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