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200조원의 총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 속 한전의 원가 부담과 직결되는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어 완전한 경영정상화까지는 상당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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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8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조2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흑자 전환이자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분기 연속 흑자다. 매출액이 20조4737억원으로 전년대비 4.3% 늘었고, 영업 외 비용을 반영한 당기순이익도 1144억원 흑자였다.
2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상반기 누계로도 완연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매출액이 43조7664억원으로 전년대비 6.2% 늘었고, 2조5496억원의 영업이익과 71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모두 전기대비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익이 늘어난 가운데, 국제 에너지 요금이 안정세를 유지하며 원가 부담도 함께 줄었다. 한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판매수익은 상반기 41조7056억원으로 전년대비 8.0% 늘었다. 이 기간 전기판매량은 268.5테라와트시(TWh)로 전년대비 0.5% 줄었으나, 같은 기간 판매단가가 8.5%(1킬로와트시당 146.0→158.4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원가 부담은 줄었다. 한전이 상반기 부담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각각 10조9164억원과 17조1726억원으로 전년대비 27.9%, 18.6% 줄었다. 한전의 원가와 직결되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등락 중이지만 2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작년 말부터 올 초 유가는 대체로 배럴당 80달러를 밑돌며 안정 흐름을 이어갔다.
이 추세라면 한전은 올해 연간으로도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한전 영업익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약 7조1400억원이다.
◇ 자회사 뺀 실적은 3개분기만에 적자
한전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완전한 경영정상화까지는 여전히 상당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앞선 3년간의 누적 영업적자로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이 약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국제유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전망대로 올해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이중 절반 이상은 불어난 이자 납부에 써야 한다.
한전의 실적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실적 악화 조짐도 있다. 4개분기 연속 흑자라고는 하지만 매 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고, 자회사의 손익을 뺀 별도제무제표 기준으로는 올 2분기 약 1000억원의 영업적자와 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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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경영정상화를 앞당기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수이지만, 이 역시 민생을 고려한 여당(국민의힘)의 공공요금 억제 기조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 후 하반기 관계부처와 전기요금 조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오히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완화를 검토 중이다. 미국 출장 중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누진제 완화 논의 질문에 “지금 (누진제 완화를) 논의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으나, 당정의 정책 기조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한전의 경영정상화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중동 분쟁과 고환율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연료비·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앞서 약속한 자구노력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누적적자를 해소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