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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향한 자동차 수출은 전체 대미 수출의 26.8%로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대미 흑자 기준으로 보면 기여도가 약 60%에 달한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 효자 상품이지만 미국 기준으로 보면 무역적자를 발생시킨 주요 품목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자동차업계의 긴장감이 특히 큰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보편관세와 탄소세 도입시 국내 완성차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탄소세는 제품 생산 등의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자동차는 도장, 프레스 등의 공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만큼 탄소세 영향권에 있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탄소세 관련 질문에 “전체 관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세 도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그 영향 또한 그 이후에 예측할 수 있다”며 “관련 내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기업들의 수출 측면에서 애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은 현지 대응력은 미리 키워 놓았다.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004020)은 미국 내 제철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CJ그룹의 북미 최대 아시안푸드 공장, SPC그룹의 미국 내 첫 제빵 공장, LS(006260)전선의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등은 트럼프 2기를 앞둔 기업들이 미국으로 달려가는 주요 사례들이다.
◇‘보조금 제대로 나올까’ 촉각
산업 보조금 지급 여부 역시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보조금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고위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계약한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미국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업계가 특히 보조금에 민감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배터리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TSMC의 웬들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 미국 정부로부터 첫 번째 보조금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반도체법에 따라 받기로 한 66억달러 중 일부다. 황 CFO는 “트럼프 2기 정부도 보조금을 계속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보조금 지급 유지 쪽에 무게가 쏠려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자체가 워낙 변칙적인 만큼 마음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 리스크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미국 정권 초기일수록 외교의 역할이 크다”며 “정부와 국회의 외교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