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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회사채 발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총 7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조달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방식이 회사채에서 CP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실적 둔화 등의 이유로 크레딧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에서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오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졌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공모채 발행 과정과 달리 CP는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 우려가 적다.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다른 롯데그룹사들도 CP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롯데지주 2조4200억원 △롯데쇼핑 1조6900억원 △호텔롯데 1조1500억원 △롯데건설 8000억원 △코리아세븐 6800억원 등이 CP 조달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14일 롯데지주는 장기 CP 12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1.5년물 100억원, 2.5년물 1100억원 등이다. 보유 중인 단기 CP를 장기 CP로 차환하는 등 차입구조 장기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인 코리아세븐도 2년물짜리 장기 CP를 조달했다. 지난 8일 총 1000억원 규모로 발행을 마쳤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10월 공모채 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130억원 규모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 공모채 조달로 발행 금리를 낮추려 했으나, 미매각으로 인해 공모발행의 장점도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의 경우 오는 12월 만기 도래를 앞둔 CP 규모가 각각 100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차환을 위한 CP 추가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기발행 회사채에 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 EOD 문제 해결 상황과 CP 차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의 한 운용역은 “지난주에만 해도 일부 롯데그룹 회사채에서 8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오버 거래가 이뤄졌으나 현재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CP 시장에서도 전반적인 이상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그룹 회사채가 AA급이라고 하지만, 실제 민평 가격은 A+급 정도로 시장에서 이미 반영이 돼 있어 충격이 적었다”며 “워낙 저금리일 때 조달을 해둔 거라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가정한다 하더라도 내년 9월까지는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장외시장에서도 롯데캐피탈을 제외하고는 롯데그룹 관련 회사채의 유의미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기준 CP 91일물 금리도 3.53%로, 연초(4.2%)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