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교통사고 후 상해진단서가 발급됐더라도 실제 치료 여부, 일상생활 지장 정도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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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2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9세 남아 B군을 차량 앞범퍼로 충격해 약 2주간의 안정가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차량에 B군이 살짝 부딪쳤더라도 그로 인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 충돌 장면이 담긴 점, B군이 사고 직후 허리·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정형외과를 방문해 초음파 검사까지 받은 점, 의사로부터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 및 골반 염좌 등 진단을 받은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9세 어린이는 성인과 달리 비교적 작은 힘에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설사 B군이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를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 호소에 의존해 발급됐다면 증명력 판단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A군이 사고 당일 이후 치료를 받지 않았고, 결석 없이 등교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던 점, 사고 직후 걸음걸이에도 이상이 없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A군이 아버지에게 ‘툭 부딪치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점에 비춰 충격이 크지 않았고, 9세 아동의 신체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넘어선 상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 측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생각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죄에서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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