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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상장 여행사들의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여행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더이상 버티기도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년 6개월간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적자를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적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여행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이같은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추락의 연속, 하나·모두투어의 눈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결산 실적’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법인 587개사(금융업 제외)의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감소율이 가장 큰 회사는 하나투어였다.
하나투어의 상반기 매출은 158억 5125만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940억원 대비 83.14%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 하나투어 매출은 4165억원이었다. 4000억원을 훌쩍 넘었던 매출액이 불과 1년 6개월 만에 150억원 수준까지 내려앉은 셈이다. 모두투어도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88% 감소한 55억 6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이 바닥을 치자 적자도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862억 6700만원, 모두투어는 97억 6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바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양사의 하반기 지표도 낙관적이지 않다. 양사의 7월 모객 실적은 각각 2697명, 95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5.1%, 18% 감소하는 등 여전히 지난해보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행인 점은 적자 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양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5.18%, 44.28% 증가를 나타냈다. 특히 모두투어의 경우 절반에 가깝게 적자 폭을 줄였다. 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자산 및 자회사 매각 등을 진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레드캡투어와 롯데관광개발의 이유있는 약진
코로나19 여파는 여행사들의 매출 순위도 바꿔 놓았다. 매출이나 사업 규모 면에서 1위를 차지했던 하나투어는 영업을 거의 하지 못한 결과 매출액(158억 5125만원) 규모가 레드캡투어, 세중여행사, 롯데관광개발 뒤로 밀렸다. 당기순이익 면에서도 롯데관광개발(-988억172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855억3897만원의 손실을 냈다. 상장 여행사 중 레드캡투어와 세중여행사만 각각 88억1,037만원, 26억8,982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레드캡투어가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렌터카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레드캡투어는 렌터카 사업 비중이 여행 사업을 크게 웃도는 구조다. 레드캡투어는 2분기 렌트카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8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를 통해 레드캡투어는 여행 사업에서 발생한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상쇄하고 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제주도를 중심으로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렌터카 사업 수익성이 크게 호전됐다는 분석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선방도 돋보였다.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주력사업을 여행에서 호텔·카지노 사업구조로 개선 중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367억3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2.5%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674억1200만원을 같은 기간 적자폭이 475억원 가량 늘었다. 올해 2분기만 놓고보면 245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15.3%나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3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의 83.7%(307억3900만원)에 달하는 호텔부문 매출이 롯데관광개발 실적을 뒷받침 했다. 카지노도 올해 6월 개장하면서 올해 상반기 30억7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개장이후 누적 방문객은 6940명(일평균 340명)이다.
다만, 주력 사업이었던 여행사업은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여행사업 부문 매출액은 7억6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1%정도다. 롯데관광개발은 2019년 여행부문 매출액이 91.5%(808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도 75.6%(126억원)를 기록했었다.
◇ 몸집 줄이며 살아남기에 급급한 여행업계
여행업계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와 모투두어 등 일부 대형 여행사 직원 수는 많게는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한 하나투어의 직원 수는 전년동기 2406명에서 1174명으로 51.2% 감소했다. 2019년만 해도 직원이 2500명에 달했지만, 올해 초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본사 필수인력을 비롯해 약 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하나투어는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서울 시내에 총 2개 티마크호텔(티마크 명동, 티마크그랜드)을 운영해왔다. 올해 6월 하나투어는 티마크호텔 명동을 이지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12호에 950억원에 넘겼다. 본사 건물도 매물로 내놨다. 하나투어는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빌딩 일부를 약 94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모두투어의 경우 1106명에서 986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7월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데 이어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4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하반기 퇴직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레드캡투어도 239명에서 108명으로, 노랑풍선도 500명에서 330명으로 직원 수가 감소했다. 호텔 신사업을 시작한 롯데관광개발만이 신규 채용을 이어가며 지난해 577명에서 올해 1318명으로 직원 수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