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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은 25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Alliance of 70 Years and Beyond)’라는 주제로 ‘아산 플래넘 2023’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글로벌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미국)와 한국 정부는 주저 없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란 점을 북한의 김정은, 혹은 그의 뒤를 이을 누구든 간에 매우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냉전기 시절인 1958~1991년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우리나라에 배치돼 있었다.
이른바 ‘네오콘’(미국 신보수주의) 중에서도 초강경 매파로 유명한 인물인 그는,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협상을 주도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이 만난 역사적인 협상이 결렬된 것이 볼턴 전 보좌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사실상 반대했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은 국민 60% 이상이 `독자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찬성한 조사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공직 경력의 상당 부분을 대량 살상 무기의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데 보냈다”며 “어떤 국가가 새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도 축사를 통해 “확장억제에 대한 의문과 (한국이) 자체적인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걸 이해한다”면서 “핵탄두를 만드는 건 쉽지만, 여러 복잡한 부담이 따른다. 핵탄두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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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이 현장의 취재진을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확장억제 전략에 따라 분명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고 북한 정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역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1991년까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 저장고를 배치했었다. 만약 한국의 저장고 시설만 있다면 핵전력을 한반도 배치하는 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연일 강도 높은 무력 도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남북 간 연락망도 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도 같은 날 취재진을 만나 “김 위원장에게 하노이 회담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고, 이후 다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고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및 핵무기를 개발하는 중이라 현재로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여지가 없다. 김 위원장은 대화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의 딸 주애를 둘러싼 후계자론에 대해선 “아직은 후계자로 삼고 있다고 하기엔 이르다. 현대적인 리더로서 가족을 대동하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고, 핵무기 프로그램이 차세대의 일이란 걸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