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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퀄컴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삼성전자와 화웨이, 소니 등으로부터 과도한 특허료를 받아냈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은 (휴대전화 반도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와 경쟁사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줬다”며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TC)이 2017년을 제기한 것이다. FTC는 당시 “퀄컴이 독보적인 통신용 반도체 기술을 내세워 자사 제품에 특허료를 지급하지 않는 기업에는 무선통신 칩셋을 판매하지 않는 전략으로 휴대폰 제조사들로부터 과도한 특허비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FTC는 퀄컴이 자사의 통신용 반도체칩만 사용하는 조건 등을 내걸어 삼성전자, 인텔 등 퀄컴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퀄컴은 이동통신에 필수적인 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기술에 대한 특허비로 핸드폰 한 대당 판매액의 5%를 제조업체에게 받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단말기 원가 기준으로 특허비를 부과할 경우 퀄컴의 기술이 기계에 기여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제품 기능을 고급화해 제품 가격을 올려도, 퀄컴은 더 많은 특허비를 받게 된다.
실제로 퀄컴은 반도체 직접 판매 매출보다 특허료 수입이 더 많다. 글로벌 주식정보제공업체 S&P캐피탈에 따르면, 지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기준으로 퀄컴의 특허비 수익은 35억 2000만달러(약 4조원)로 반도체 판매 수익(29억 7000만달러)을 웃돈다.
재판부는 또한 퀄컴이 5G 반도체와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반독점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퀄컴의 독점적 거래 협약이 5G 반도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법원은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전면 재협상하고 경쟁사들에게도 공정한 가격에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고 했다. 특히 기존 핸드폰 한대당 5%에 부과하던 특허비를 모뎀칩 한 개당 15~20달러 수준으로 내리라고 했다.
해당 판결이 실제 적용되면 퀄컴의 특허비 수입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퀄컴은 재판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현재 중국 화웨이와 특허료를 둘러싼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1조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이에 반발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애플과도 특허료 지급 방식을 놓고 2년간 분쟁을 벌이다 지난달 애플이 퀄컴에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