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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2016년 파리협약(COP21)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국제사회에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2018년 약 7억2760만톤(t)이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4억3660만t으로 40% 줄인다는 중간 목표(2030 NDC)를 세워 이를 이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석탄·가스 연료를 태운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기존 화력발전소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최근 그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이에 의존하고 있다. 또 이를 단시간 내 원자력발전이나 태양광, 풍력 같은 무탄소 발전소로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에 남부발전을 비롯한 5개 발전 공기업과 함께 기존 설비에 석탄·가스 연료와 함께 무탄소 에너지원인 암모니아·수소를 섞어 태우는 혼소 방식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발전산업계는 기존 설비를 약간만 보완하면 수소와 수소로 쉽게 변환할 수 있는 수소화합물 암모니아를 20~50% 섞어 태울 수 있고, 이를 통해 20% 이상의 추가적인 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제도(CHPS, 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를 도입했고, 이 계획에 따라 올 5월 세계 최초로 CHPS 경쟁입찰 시장을 개설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를 비롯한 전기 판매자에 2028년을 전후로 일정량 이상의 청정수소(암모니아) 발전 전력 구매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경쟁입찰 시장에서 조달토록 한 것이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 화력발전 사업자는 2012년부터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통해 일정 비중 이상(2024년 기준 17.0%)의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공급 의무를 갖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로 공공 주도의 청정수소 수요 창출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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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화력발전사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1킬로와트시(㎾h)당 400원대 중반으로 설정된 전력거래소의 입찰가격 상한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정수소 조달 단가가 아직 높고, CHPS 시행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이후 다시 입찰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번 첫 입찰 낙찰 규모가 기존 계획의 12%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청정수소 관련 업계의 우려도 나온다. 수소 관련 기업은 수년 내 발전 분야에서 대량의 수소 수요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수요가 정부의 계획에 못 미친다면 사업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 이뤄진 입찰이고 CHPS 시행까지 매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만큼 향후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찬기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이번 낙찰은 대규모 청정수소 수요를 창출하고 청정수소 (발전) 가격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올해 첫 입찰은 사업자가 전력망 접속이나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입찰에 참가했으나 매년 입찰시장이 열리는 만큼 참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