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고 청와대가 점찍은 인사를 임명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고 결국 검찰은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고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혐의가 유사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도 청와대까지 향하지 못하고 백 전 장관 기소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지난해 9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유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지위에 비춰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도 다른 청와대 인사들이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번엔 산업부뿐만 아니라 교육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도 검찰에 접수돼 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불법 감찰·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고발된 사건도 일선 수사팀에 배당돼 있다는 점에서 수사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당시 사표를 냈던 각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사퇴 압박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언급됐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관건은 사건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서 행정관을 지냈던 박상혁 의원으로부터 새로운 사건 개입 정황을 파헤치는 것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산업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산하 기관장 사퇴 종용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그에게 참고인 신분 출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백 전 장관이나 박 의원이 단독으로 사퇴 종용 행위를 주도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소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급에서 개입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렸을 가능성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박 의원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성명을 내고 “‘정치 보복’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표적을 만들고 낙인 찍는 전형적인 정치 보복 수사 수법”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중대한 범죄를 수사하는 것을 정치 보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민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정 수사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