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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무급휴업 2년과 무쟁의를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쌍용자동차(003620)의 고민이 깊다. 우선 계획돼 있던 전기차 신차의 출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자구안의 후속조치를 서두르기로 했다. 일각에선 추가적인 자구안 필요성도 제기된다.
쌍용차는 15일 프로젝트명 ‘E100’으로 개발해 온 첫 전기차 신차명을 ‘코란도 이모션’으로 확정하고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코란도 이모션은 패밀리카로 손색없는 거주공간과 활용성을 갖춘 국내 첫 준중형 전기 SUV다. 쌍용차는 반도체 수급 및 협력업체 부품공급 상황 등 제한된 생산량으로 인해 우선 유럽 시장부터 10월에 출시하기로 하고 8월에 선적할 계획이다. 국내는 반도체 등 부품수급 상황을 감안해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또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를 비롯해 준중형 SUV 코란도, 중형 SUV J100, 대형 SUV 렉스턴까지 SUV 풀라인업을 구축해 SUV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재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정용원 관리인은 “성공적인 M&A 추진으로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 급변하고 있는 업계 트렌드 대응을 위한 신차 출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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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오는 10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 협상을 거쳐 11~12월경 회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때까지 5~6개월간 회사운용 및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쌍용차는 이를 산은이 추가 대출을 통해 지원해 주길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거부의 뜻을 나타내면서 자구안이 부족하다는 뜻을 밝힌 만큼 추가적인 자구안 필요성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2년으로 정한 무급휴직 기간 연장과 미지급 급여 및 복리후생 미지급분 포기 등이 거론된다. 쌍용차는 자구안에서 미지급 급여와 임금삭감 및 복리후생 미지급분은 회생절차 종결 이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두가지 문제를 꼭 짚어 거론했다. 그는 “2년 조건부 휴직을 하기로 했는데, 내가 투자자라면 ‘쌍용차가 2년만에 회생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할 것”이라며 “미지급 임금채권 문제도 내가 투자자라면 ‘투자한 돈이 거기에 먼저 들어갈텐데’ ‘옛날 부실을 우리가 끌어와서 비용을 대란 말이냐’ 그런 걱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노조 측의 강경 투쟁도 우려된다. 노조 내 강경파가 상당수 있어 산은의 지원이 무산된 만큼 강경 투쟁을 통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