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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명"…탄소 '제로' 도전하는 시멘트 맏형 쌍용C&E

김호준 기자I 2021.10.18 17:21:56

[르포]쌍용C&E 동해공장
1968년 준공…시멘트 생산량 연 1150만t으로 국내 최대 규모
순환자원 시설 투자 박차 "2030년 유연탄 사용 '제로' 도전"
"시멘트, 탄소중립 거대한 도전…투자·세제 지원 아끼지말아야"

쌍용C&E 동해공장 전경. 석회석 광산과 공장 부지를 합치면 총 1123만9669㎡(340만평)에 이르는 규모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1800여 명에 달한다. (사진=쌍용C&E)
[동해(강원)=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전 세계 어떤 시멘트 공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탄소배출·에너지 절감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에 있는 쌍용C&E(옛 쌍용양회) 동해공장. 이곳에서 만난 이현준 쌍용C&E 대표집행임원 겸 한국시멘트협회장은 “2050년까지 시멘트 업계는 탄소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거대한 목표에 직면했다”며 “동해공장에서는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전량 대체하는 ‘에너지 혁명’을 이루기 위한 대대적인 설비·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외부전력 ‘제로’ 도전하는 동해공장

지난 1968년 준공된 쌍용C&E 동해공장은 국내 단일 시멘트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1123만9669㎡(340만평) 규모 부지에서 매년 1150만t 수준의 시멘트를 생산한다. 지금까지 누적 생산량은 약 5억t으로, 건물로 환산하면 약 2500만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정하양 쌍용C&E 동해공장 관리실장은 “공장서 생산한 시멘트의 30% 정도(약 290만t)는 중국과 칠레,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며 “바닷가와 공장이 인접한 덕분에 시멘트 내수 물량이 포화 상태면 수출을 늘리고, 그렇지 않으면 내수로 물량을 전환할 수 있어 다른 내륙 시멘트사에 비해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쌍용C&E 동해공장 내 순환자원 저장고에 있는 폐합성수지 더미. 이곳에서 분쇄를 거친 폐합성수지는 시멘트 소성로 연료 투입구로 컨베이어를 타고 공급된다. (사진=쌍용C&E)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최근 건설을 마치고 시범 가동인 중인 ‘순환자원 저장고’가 눈에 띄었다. 이 시설은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 사용량을 줄이고,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올 초 회사가 새로 지은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실어온 각종 폐합성수지를 곧바로 시멘트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크기로 파쇄한 뒤, 컨베이어를 통해 킬른(Kiln·소성로) 연료 투입구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 실장은 “시간당 76t 규모 폐합성수지를 파쇄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내달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공장 내 순환자원 활용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사용량을 줄이고 순환자원 사용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석회석이나 점토 등 시멘트 원료를 유연탄으로 고온 가열하는 ‘소성’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멘트 업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485만7000t에 달한다. 그러나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을 열원으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유연탄은 1kg에 5000kcal 정도 열량이 발생하지만, 폐합성수지 경우 같은 양으로 7500kcal 열량을 내 효율도 뛰어나다.

쌍용C&E는 순환자원 저장고 건설과 기존 소성로 예열실을 개조해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공정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258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유연탄을 전량 순환자원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쌍용C&E 동해공장 시멘트 공정 핵심 시설인 원통형 모양의 킬른(소성로). (사진=쌍용C&E)
공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시멘트 생산설비인 원통형의 거대한 소성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성로는 1450도의 고온으로 석회석·점토·규석·철광석 등을 가열해 덩어리로 된 시멘트 반제품 ‘클링커’(clinker)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이날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킬른은 하얀 연기를 뿜으며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인호 쌍용C&E 부장은 “현재는 물을 뿌려 소성소를 냉각하는 ‘수냉’(水冷) 방식이지만, 내년에 공기로 냉각하는 ‘공냉’(空冷) 방식으로 개조하면 폐열회수설비를 통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C&E 폐열발전설비. 소성 과정에서 배출되는 열원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한다. (사진=쌍용C&E)
소성로를 지나 공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폐열발전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멘트는 제조 원가에서 전기료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소성로를 가열하고 재료들을 분쇄·혼합하는 공정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폐열발전설비는 시멘트 소성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300~400도 열을 별도 보일러를 통해 증기를 생산,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쌍용C&E는 동해공장 전기료 절감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총 1045억원을 들여 폐열발전설비를 설치했고, 이를 통해 매년 270억원 규모 전력비를 절감하고 있다. 원용교 쌍용C&E 동해공장장은 “폐열발전설비를 통해 공장 전력의 3분의1을 대체하면서 연간 약 13만t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내고 있다”며 “덕분에 외부 전력 사용 비중 역시 2018년 72.2%에서 올해 50% 수준으로 줄었다. 외부 전력 ‘제로’(0) 달성을 위해 새 전략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쌍용C&E 동해공장 내 소성로와 순환자원 투입 설비. 정면에 초록색 설비가 순환자원 투입을 위해 증설된 부분이다. (사진=쌍용C&E)
◇“시멘트 탄소중립, 염화물 규제완화·친환경 열원 연구개발 시급”

이렇듯 쌍용C&E를 비롯한 시멘트 업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리고 전력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먼저 시멘트 업계가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등을 열원으로 사용할 때 나오는 염화물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에 포함된 염화물 기준 규제는 우리나라가 유럽연합이나 미국보다 까다롭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한 클링커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이 애시(석탄재), 고로 슬래그(철강 부산물) 등 혼합재 사용량을 늘리는 ‘혼합시멘트’에 대한 KS 규격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유럽의 경우 혼합시멘트 비중이 전체 시멘트의 70% 수준이지만, 국내는 20%에 불과하다.

김진만 공주대 교수(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는 “유럽 시멘트 업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유연탄을 가연성폐기물 및 바이오매스 자원으로 100%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석회석을 대체할 시멘트 원료 사용과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열원 연구개발 등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준 쌍용C&E 대표집행임원 겸 한국시멘트협회장이 지난 15일 쌍용C&E 동해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멘트 업계 ‘탄소중립’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쌍용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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